[CES 2024] 인텔 CEO "센트리노 다음은 'AI PC'…1인 1생성 AI 시대 열겠다"

2024-01-10 15:16
인터넷·GPU 없어도 개인용 맞춤 생성 AI 실행 목표
20년 전 무선인터넷 시대 연 '센트리노' 전략 벤치마킹
마이크로소프트·삼성·LG 등과 협력..."PC 경험 재정의"

인텔은 인터넷·GPU 없어도 개인용 맞춤 생성 AI 실행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왼쪽)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조강연에서 AI PC 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일용 기자]

생성 인공지능(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AMD 등에 밀려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인텔이 'AI PC' 전략을 바탕으로 반격을 꾀한다. 개인용 생성 AI가 보급되면 소비자와 최전선에서 만나는 인텔이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란 게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예측이다.

겔싱어 CEO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조강연(키노트)에서 "최근 AI 발전 속도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라며 "(사람들이) 전문가 대신 AI 보조를 받는 전문가를 찾는 게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람들이 AI를 신뢰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더 투명하고 공개된 AI·데이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어떤 데이터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최종 판단을 내렸는지 공개된다면 AI 발전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마음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겔싱어 CEO는 AI PC를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인터넷의 조력 없이 단일 기기에서 이용자 맞춤형 생성 AI를 추론(실행)할 수 있는 기기'로 정의했다. 그는 "현재는 생성 AI 학습·추론을 위해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지만 기계 학습에 특화한 AI PC가 현실화하면 이용자들은 중앙처리장치(CPU)만으로도 생성 AI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PC를 현실화하려면 매개변수(파라미터)가 조 단위가 넘는 현재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소형언어모델(sLLM)로 압축하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겔싱어 CEO 지휘 아래 인텔 개발자·엔지니어들은 언어모델의 매개변수를 줄이면서 성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이 과거 '센트리노'를 전 세계에 보급한 것처럼 AI PC도 조만간 모든 이용자에게 제공할 것이란 야심을 드러냈다. 인텔은 2000년대 초반 제조사들에 노트북용 CPU와 와이파이 부품을 함께 제공, 전 세계 모든 노트북에 무선 인터넷이 기본 탑재되도록 했다. 와이파이가 없는 노트북을 상상할 수 없듯이 AI PC를 통해 생성 AI를 실행할 수 없는 PC·노트북이 없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20년 전과 지금은 PC·서버 시장 상황이 전혀 다른 점이 변수다. 과거에는 인텔이 시장을 주도하고 AMD·엔비디아는 경쟁사라고 부르기에는 미약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회사가 시가총액과 시장점유율 면에서 인텔을 뛰어넘는 성세를 누리고 있다. 겔싱어 CEO는 이런 지적에 "지난 40년간 인텔과 함께해온 파트너 기업과 함께 AI PC 전략을 힘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겔싱어 CEO는 AI PC를 위한 파트너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언급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기업뿐 아니라 에이수스·MSI 등 대만의 PC 제조사들도 인텔의 AI PC 플랫폼에 참여한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AI PC용 CPU인 '코어 울트라'에선 벌써 100여 개의 생성 AI가 실행된다"며 "AI PC로 PC 사용자경험(UX)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일반 이용자용(B2C)인 AI PC와 별개로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데이터센터용(B2B) AI 반도체 시장도 꾸준히 문을 두드릴 방침이다. AI PC용 sLLM과 별개로 LLM도 일반인공지능(AGI)을 목표로 매개변수를 늘리면서 꾸준히 성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겔싱어 CEO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무어의 법칙'이 통용되던 초기 PC 시장을 연상케 한다"며 "초거대 AI 발전에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이란 인텔 창립자인 고든 무어 박사가 제창한 반도체 이론으로,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18~24개월마다 두 배씩 발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텔은 이스라엘 연구소가 만든 차세대 AI 반도체 '가우디3'를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겔싱어 CEO는 "최근 인텔 7나노미터(㎚) 공정에서 가우디3 양산을 위한 테스트를 시작했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가우디3 양산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