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11월 경상수지, 반도체 발판 40.6억달러 흑자…서비스수지 19개월 째 '마이너스'

2024-01-09 11:21
한은, 2023년 11월 국제수지 발표…연간 목표 달성 가능할 듯
"2024년 경상수지 전망치 490억달러 수준…전년 대비 확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11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박성곤 국제수지팀 차장, 이동원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 [사진=한국은행]


11월 경상수지가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연간 경상수지 목표치로 제시한 300억 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서비스수지는 한국을 찾는 중국 등 여행객 발길이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여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 상품수지, 수출 ↑·수입 ↓ 속 흑자 폭 확대···한국 방문객 둔화로 여행수지 악화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1월 경상수지는 4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다만 직전월(68억 달러) 대비 흑자 폭은 둔화됐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1월 기준 70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 규모가 56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반면 수입 규모(494억5000만달러)는 전년 대비 8%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수출 주요 품목으로는 승용차와 반도체, 화공품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2.9%, 10.8%, 2.6% 개선됐다. 다만 석유제품과 철강제품은 4.5%, 8.2% 줄었다. 

상품수지 수입 감소에는 원자재 수입 감소와 자본재·소비재 감소 폭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 11월 중 가스와 석탄 수입 규모가 40% 이상 급락하면서 원자재 수입 규모가 13.2% 급감했다. 자본재에서도 반도체제조장비와 반도체 수입이 각각 28.2% 23.9% 줄었고 소비재에서는 승용차와 곡물 수입이 26.3%, 2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반도체 경기가 반등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설비투자를 통해 시설을 확충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올들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 그에 따른 설비투자와 제조용 장비 등 중간재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난해의 경우 에너지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관련 수입 규모가 줄어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올해 에너지가격이 안정될 경우 작년과 반대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1월 중 서비스수지는 21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2022년 5월부터 1년 7개월여 동안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서비스수지 악화에는 여행수지 적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 동남아와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여행수입이 줄어든 반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국내 출국자 수가 늘면서 적자 폭을 키운 것이다. 실제 이 기간 여행수지 규모는 -12억8000만달러로 전월(-6억4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이 기간 본원소득수지(-1억5000만달러)도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수입 감소와 배당소득 지급 확대 영향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 부장은 "설비투자가 일단락되면서 필요한 자금을 배당을 통해 들여올 유인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11월 배당지급액이 늘어난 것은 상장기업들이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데다 비상장 기업이 외국인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11월 배당을 늘린 부분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내달 발표할 12월 수치에서는 다시 배당수입이 증가하고 분기배당 지급이 사라지면서 본원소득수지가 다시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계정은 11월 순자산(자산-부채)이 37억200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직접투자가 33억6000만달러 흑자 전환했고 증권투자는 외국인들의 국내 증권투자 확대로 -2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 "12월 경상수지 연간 최대, 연 300억 달러 목표치 상회"···올해 흑자 폭 확대 전망

한편 이날 발표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규모는 총 274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정부 목표치인 경상수지 30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12월 경상수지가 최소한 25억7000만달러 이상 흑자를 나타내야 한다. 한은은 내달 발표될 12월 경상수지 개선 폭이 커지면서 연간 경상수지 목표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장은 "아직 발표 전이나 12월 통관 무역수지를 보면 지난해 월 기준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연간 경상수지 300억 달러 흑자 목표는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어 "(12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에서 플러스 요인이 많고 본원소득수지도 흑자를 나타낼 것"이라면서 "서비스수지는 적자 규모가 커지겠으나 총계로 보면 최소한 11월 수준은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서는 4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돼 전년 대비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게 한은 시각이다. 이 부장은 "중국 경제 회복속도가 한국보다 더딘 데다 국산화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빠른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미국 수출을 기반으로 현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나 한은, 무역협회 등 기관들은 올해 수출 개선세를 7~9% 범위 내로 보고 있다"면서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