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호텔 in] 인천공항서 4시간 반, 미국령 '구암리'로 떠나요
2024-01-19 00:00
섬 전체가 면세구역…외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 한국인에 '구암리' 애칭
공항서 차로 15분 거리 '롯데호텔'…저렴한 가격에 레스토랑서 한식 즐겨
객실서 투몬비치 곧바로 이동…리버 크루즈·카레라쇼 등 즐길거리 다양
공항서 차로 15분 거리 '롯데호텔'…저렴한 가격에 레스토랑서 한식 즐겨
객실서 투몬비치 곧바로 이동…리버 크루즈·카레라쇼 등 즐길거리 다양
괌은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4시간 30분이면 닿는 근거리 휴양지다. 연평균 30도 안팎의 따스한 여행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섬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 '쇼핑의 천국'으로 불린다.
온화한 날씨와 수려한 자연환경을 벗 삼아 머문 3박 4일간의 여행.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야외 액티비티, 호젓한 호캉스, 쇼핑까지 만끽했다. '한겨울,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이불 밖은 퍽 설렜고 무척 짜릿했다.
'구암리'에서 성업 중인 한국 토종 호텔
괌이 ‘일본인의 성지’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 얘기다. 당시 괌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1위는 단연 일본이었다. 한한령 이전 명동 등 국내 주요 관광지를 중국어가 도배했던 것처럼 괌 내 모든 스폿에는 ‘일본어’가 넘쳐났다.
한국인 수가 급증하자 괌 환경도 확 달라졌다. 베트남 다낭이 ‘경기도 다낭시’로 불리듯 이곳 괌은 ‘구암리’란 애칭이 붙었다. 여행지 어느 곳을 가든 ‘한국어’ 안내판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한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이도 적잖다.
사실 괌은 해외여행 자유화 직후부터 사이판과 함께 허니문 성지로 주목받은 곳이다. 현재는 태교여행, 가족여행, 영어 캠프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됐다.
2014년 6월, 롯데호텔이 글로벌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에 가세했다.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가 위세를 과시하는 가운데에서도 롯데호텔 괌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적인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웠고, 여전히 성업 중이다.
롯데호텔 괌의 '통 큰' 결심
3대 이상 가족 단위로 괌을 찾는 이들이 롯데호텔 괌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 그리고 '세심한 서비스'에 있다.
연간 방문객 165만여 명에 달했던 괌도 코로나19 확산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각국이 여행 빗장을 풀면서 차츰 회복세를 탔지만 그것도 잠시, 지난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5월, 태풍 마와르가 괌 전역을 강타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후 3년여 만에 80%가량 회복했던 객실 예약률은 6월 반토막이 났다.
당시 괌에서 휴양을 즐기던 투숙객 다수가 발이 묶였다. 호텔은 결단했다. 발이 묶인 이들을 위해 일주일간 아침과 저녁식사를 무료로 제공했고 연회장은 비상대피공간으로 내놨다. 숙박비는 괌 호텔 중 처음으로 40%가량 할인했다.
다행히 7월부터 예약률은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고 8월 지난해 초반 실적(80%대)까지 완전히 회복했다. 현재는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 덕에 객실 예약률은 더 치솟았다.
최영 롯데호텔 괌 총지배인은 “코로나19 여파에 힘든 시간을 보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피해까지 보았다. 하지만 투숙객 안전이 최우선이었기에 직원이 똘똘 뭉쳐 문제를 해결했다. 개장 후 10여 년간 축적한 서비스 경험이 모여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롯데호텔 괌의 한국인 직원 비율은 타 호텔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아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한국인 가족 투숙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현재 롯데호텔 괌의 한국인 직원은 50여 명이다. 전체 25%를 차지한다.
특히 프런트에는 한국인 직원을 주로 배치했다. 누가 와도 ‘영어 울렁증’ 없이 편하게 입·퇴실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호텔은 앞으로 50%까지 한국인 직원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식재료 훌륭·가격 저렴·만족도 최상
롯데호텔 괌은 인근 호텔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객실 수는 타워윙(150실)과 아일랜드윙(70실) 등 총 220개에 불과하지만 내실 있는 운영으로 입소문이 났다. 롯데호텔만의 운영 노하우는 세월의 더께만큼 켜켜이 쌓였고 투숙객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롯데호텔 괌은 장점이 많다.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인피니티풀 옆 산책로를 따라 투몬비치까지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 비치를 둘러싼 호텔과 리조트들이 많지만 ‘프라이빗 비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호텔 입장에서도, 투숙객 입장에서도 큰 장점이다.
전 객실에서 투몬비치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고객 호응이 높은 이유다. 테라스에 앉아 저녁 무렵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시간은 황홀 그 자체다.
어린 자녀 동반 여행객은 야외수영장과 곧바로 연결되는 ‘풀 액세스 스위트 룸’, 간단한 취사가 가능한 ‘패밀리 스위트 룸’ 등이 인기다. ‘브레드 이발소’ 캐릭터의 풀사이드 클럽 룸도 조성했는데 6개 객실뿐이라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상위 객실에 속하는 '클럽(club)' 객실을 예약하면 클럽 객실 투숙객 전용 클럽 라운지에서 간단한 식사와 주류,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이 또한 롯데호텔 괌을 좀 더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다.
낯선 타국이 제 아무리 좋아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힘든데, 이곳에선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다.
호텔은 ‘음식’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국내에서도 ‘강자’로 꼽히는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는 괌에서도 제대로 ‘통(通)’했다. 육류부터 해산물,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그 맛이 일품이다. 다른 호텔에서 묵는 투숙객도 식사만큼은 라세느를 찾을 정도란다.
라세느의 메뉴는 대체로 한국식이다. 롯데호텔 서울 한식당 무궁화 출신의 셰프가 진두지휘한다. 식재료? 당연히 '국내'에서 공수한다. 일례로 전복구이에 활용할 전복은 완도산이다. 김치도 한국에서 들여온다. 통돼지 바비큐 등 괌 현지식도 인기 메뉴다. 호텔 관계자는 "한국 메뉴는 내놓기 무섭게 동이 난다"고 귀띔했다.
라세느는 1인 59달러에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시내 뷔페 레스토랑이 1인 십수만원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저렴한 가격이다. 심지어 59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다. 59개월 미만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노려볼 만하다.
최영 총지배인은 “식재료의 신선도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내놓지 않는다. 그만큼 신경을 쓰는 덕에 고객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시간, 롯데호텔 괌 야외수영장 호라이즌 카페 풀 바에서 펼쳐지는 ‘풀사이드 선셋 바비큐’는 호텔이 야심차게 준비한 시그니처 메뉴다.
주변을 살피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흡사 아기새에게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새처럼 해산물과 바비큐를 열심히 구워 접시 위에 쌓는다. 엄마와 아이는 그저 투몬비치의 황금빛 석양과 통 나티부 파이어 댄스쇼를 감상하며 아빠가, 또는 남편이 건네는 해산물과 바비큐를 쉴 새 없이 받아먹는다.
공연부터 정글탐험까지 호텔 밖도 '짜릿해'
호텔 밖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호캉스를 만끽하다 무료해질 즈음, 괌의 정취를 만끽하러 나가보는 것도 좋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반나절 정글 리버 크루즈를 체험할 수 있고 밤에는 화려한 공연 카레라 쇼(KARERA Show)를 감상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차 한 대 빌려 남부투어를 하며 괌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글 리버 크루즈는 탈로포포 강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신청자 50여 명을 태우고 보트가 강을 따라 유영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원시 그대로 보존된 괌의 자연을 눈에 담으며 유유자적 흘러간다.
강을 따라 정글 속을 누비며 맹그로브 나무, 코코넛 등 정글의 식생에 관해 이야기를 듣는다. 600여 년 전 고대의 차모로 족이 모여 살았던 곳을 둘러보고 야자수로 만든 수공예품도 선물받는다. 리버 크루즈 말미 간단히 식사를 한 후 제프 파이레 이츠 코브에서 아이스크림 한 입 베어 물면 투어는 끝이 난다.
카레라 쇼도 볼거리다. 항해 또는 여정이라는 의미를 담은 카레라는 음악·춤·곡예·미디어아트 등을 총망라한 공연으로, 괌 발디가 그룹이 지난해 6월 30일 ‘카레라 쇼’로 재탄생시켜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저녁에 선보인다.
웅장하고 화려하다. 특히 차모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무대와 화려한 미디어아트에 제대로 빠져든다. 공연 중간 펼쳐지는 공중곡예와 파이어 댄스는 시선을 압도한다. 90분간의 공연이 마치 9분 같다.
숨가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꿈 같은 여행을 즐겼다. 3박 4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무던히, 그리고 묵묵히 버틸 수 있는 것은 짙고, 값진 여행의 여운 덕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