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6 강진에 日 산업계 긴장...'원전·공장 밀집 지역' 타격
2024-01-02 14:53
원전 이상 없지만 여진 가능성에 긴장
무라타·도시바·, 일렉트릭 등 日 제조업 "확인 중"
"공급망 혼란 가능성"
무라타·도시바·, 일렉트릭 등 日 제조업 "확인 중"
"공급망 혼란 가능성"
새해 첫날 발생한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강진으로 일본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원전)가 여럿 있고 주요 대기업들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공장도 있는 만큼 경제 피해가 우려된다. 더욱이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일본 산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지진 피해 지역 원전 최대 밀집 지역…전문가, 여진 가능성 우려
2일 주요 외신들은 일본 지진 피해와 함께 원전 상황을 주시했다. CNN은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는 사실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한 2011년 도호쿠 지진(동일본 대지진)의 상황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도후쿠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 멜트다운(노심 용융)이 발생한 것을 언급하며, 이번 지진은 원전 피해를 동반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일 동해 연안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으로 인해 피해 상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서있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의 지진으로 인해 도로 곳곳이 갈라지고 주택과 건물도 손상됐다. 이날 일본 당국은 최소 3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발표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과 인근 지역에 여러 원전이 있어 안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시카와현에는 시가원전 1·2호기, 니가타현에는 가시와자키 가리와원전, 후쿠이현에는 오이원전·다카하마원전·미하마원전 등이 있다. 니가타현은 이사카와현 서쪽과 마주하고 있고 후쿠이현은 이사카와현 동쪽에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현재까지 원전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자력규제청과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이후 일부 원전에서 일시적 오류가 있었으나 전력 공급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시가원전 1호기는 지진의 영향으로 냉각 펌프가 일시 정지됐다가 복구됐다. 2호기에서는 폭발음과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화재는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대 원전으로 알려진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은 전날 지진으로 인해 일부 원자로의 연료 저장 냉각수가 일부 유출됐지만 이후 처리를 완료했고, 외부 유출 및 기타 이상은 없다고 관리업체인 도쿄전력이 전했다.
다만 여진이 계속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일본 서부 해안가 원전 최대 밀집 지역이다. 나카지마 준이치 도쿄 공업대 지질학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이번 강진이 끝이 아닐 것"이라며 이번 지진의 단층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 시점에서 알 수 없다고 전했다.
◆ 무라타·도시바·일렉트릭 등 日 제조업 공장 피해 우려
원전과 함께 공장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진 발생지 이시카와현과 주요 피해지 도야마현, 후쿠이현 등은 무라타, 도시바, 고쿠사이 일렉트릭, 파나소닉 등 일본 주요 제조업 공장 밀집 지역으로 불린다. 현재까지 대규모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여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일본 경제 매체 동양경제는 "전자기기의 공급망에 혼란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후쿠이현에는 일본 소부장 대표 기업 무라타의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공장이 있다. 무라타 측 관계자는 동양경제에 "휴일이라 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피해 현황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공장은 세계 MLCC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무라타의 주력 공장인 만큼 피해가 발견되면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도시바와 고쿠사이, 재팬 디스플레이(JDI) 등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이들 기업은 소속 직원과 가족이 다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재산 피해 상황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이시카와현 노미시 반도체 생산 공장에 대해 "건물이나 생산 기계 상황 등을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도시바는 지진 발생 직전 공장을 일부 가동 중이었다.
반도체 장비 제작 기업 고쿠사이 일렉트릭의 공장은 이번 지진으로 벽과 천장 등이 훼손됐다. 고쿠사이는 공장 천장이나 벽 등에 균열이 간 상태라며 공장 장비는 물론 주변 도로 상태 확인 작업에 들어섰다. 고쿠사이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오는 4일부터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시카와현에 모터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파나소닉은 지진 후 근로자들 중 94%에 대한 안전 확인 작업을 완료했고, 현재까지 생산 시설에 대한 피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