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더욱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지역의 특성상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몸값을 크게 낮춘 하락 거래가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분기(10월 1일∼12월 20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426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59.1% 감소했다.

4분기 거래량은 신고 기간(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아 있지만, 현재 주택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수치가 크게 확대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3분기 대비 4분기 거래량 감소율은 서초가 69.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대문(-68.3%), 마포(-68.0%), 송파(-66.3%), 성동(-65.7%), 강남(-65.3%) 등의 순이었다.

주로 고가지역에서 거래 감소가 두드러졌는데, 가격 회복이 빨랐고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고가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거래가 크게 줄었음에도 중저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게 빠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매매계약이 1건 이상 체결된 서울 아파트(동일단지 및 동일면적 기준) 1734개 사례의 실거래가 평균을 분석한 결과, 3분기 대비 4분기 가격이 하락한 거래는 901건(52%)으로 상승 거래 730건(42%)에 비해 많았다.

하락 거래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도봉(72.5%)이었고, 강북(65.7%), 종로(63.2%), 동작(61.5%), 성북(61.0%) 등 중저가 아파트 지역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초(48%), 강남(41%) 등은 서울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강남과 그 외 지역의 아파트값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비(非)강남 아파트 간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 차이는 올해 1분기 12억4000만원이었으나, 2분기 12억6000만원, 3분기와 4분기에는 12억8000만원 수준으로 3분기 연속 격차가 벌어졌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고가 아파트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반면, 중저가 지역에서는 원리금 상환 부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 '던지기'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중저가 지역은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의 비중이 높은데, 일반형 상품이 중단되면서 매수 관망세가 확산되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저가 지역에서 더 큰 폭으로 가격 조정을 받으면서 고가 지역과 아파트값 격차가 벌어지는 분위기"라며 "상급지로 이동 시 가격 부담이 확대되는 만큼, 1주택자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더뎌지면서 겨울 비수기의 거래 절벽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