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대일·대중 무역구조 돌아봐야 한다

2023-12-22 05:00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1조4149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무역수지는 2008년 이후 12년 만에 47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역수지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중 및 대일 무역구조 변화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중국은 우리나라와 약 3104억 달러의 무역 규모를 기록한 교역 대상 1위 국가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무역을 시작한 이래 지속해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고 2013년 약 62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약 12억 달러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11월까지 연속해서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가 약 18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최근 대중 무역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무역수지는 빠르게 감소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변화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상승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품목은 줄어드는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오히려 점차 늘어나고 있고 핵심 광물 소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경제 안보 이슈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에는 대중국 수입 편중도가 공급망의 불안 요인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가치사슬 및 공급사슬 상 중요한 위상을 지닌 품목의 경우 일정 수준의 국내 생산 거점 마련이 필요한 까닭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일본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위의 교역 대상국이다. 그러나 양국 간의 지리적 위치 및 산업 연계 등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무역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며 지난 20여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한·일 무역 규모는 2005년 724억 달러에서 2022년 853억 달러로 불과 17.8%가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대일 무역적자도 약 244억 달러에서 241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교역 대상 산업군을 보더라도 대일 수출 상위 업종은 석유정제와 반도체, 철강 등으로 2005년과 2022년 큰 차이가 없다. 상위 수입 업종도 2005년 철강, 특수목적기계, 반도체였고 2022년에는 반도체, 특수목적기계, 철강으로 대동소이하다. 결국 일본과의 교역에서 경쟁력을 제고하지 못했고 대일 수입품의 국산화를 이루어 내지 못한 채 지속해서 고품질의 소재·부품·장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중국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했고 대중 교역의 증가와 함께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일본과의 수직적 분업이 고착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 의지하던 소재·부품·장비를 일본과 중국에 의지하는 모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스스로 공급망에서 지나친 편중도로 인한 리스크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흔히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을 일컬어 린치핀(linchpin)이라고 한다. 한국 제품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할 만큼 전략적 위상을 지닌 중요한 핵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경제 안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시점에 대중·대일 교역구조를 돌아보며 어떤 제품을 어디에 수출하고 이를 위해 소재·부품·장비를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