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43) '1984주년 하이바쯩 축제' …베트남은 역사를 되새겨 역사를 지킨다.
2023-12-18 20:33
역사 교육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산교육이다. 수없이 많은 외침을 받아온 베트남에서 역사 교육은 민족 생존과 독립의 버팀목이며 민족의식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땅 다짐기 역할을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구정을 새해의 기준으로 한다. 베트남 구정 맞이 풍습은 전통문화의 총화이며 전통문화의 특성이 있다. 구정이 되면 집안의 번성을 위해 황금 열매가 잔뜩 달린 금귤 나무나 분홍색 꽃이 만개한 복숭아나무나 노란 꽃이 활짝 핀 매화나무로 집을 장식하고 선물을 한다. 그래서 구정이 되면 곳곳에 꽃시장이 반짝하고 열린다. 섣달 그믐날 자정은 새해의 첫 시간과 교차하는 송구영신의 시간이다. 새해 첫 시간은 그해의 복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 귀한 손님을 모신다. 이를 ‘쏭덧(xông đất)’이라고 한다.‘쏭덧’은 그믐날 자정부터 새해 아침까지 복 많은 사람이 방문하면 운수대통한다고 믿어 가장과 띠가 서로 맞고, 건강하고 덕망 높은 남성을 초대하여 새해의 복을 비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24년은 갑진년 용띠 해로 가장이 용띠라면 돼지띠, 소띠, 원숭이띠 혹은 개띠인 남성을 초대하여 ‘쏭덧’을 한다. 방문자는 20분 정도 머물며 제대상에 분향을 하고, 차를 마시면서 덕담하고,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나누어 주고 돌아간다.
국가적으로는 매년 음력 정월 초엿새부터 열흘 사이에 민족 영웅 하이바쯩 축제를 개최한다. 매년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독립운동 기념 축제를 시작으로 새해를 연다. ‘하이바쯩 축제’로 국민정신 무장을 하며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2024년에는 2월 15일(음력 1월 6일)부터 19일까지 메린현 하이바쯩 사당에서 ‘독립운동 1984주년 하이바쯩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4년 갑진년 베트남 구정 연휴는 2월 8일부터 2월 14일까지 7일간으로 연휴가 끝나자마자 새해 벽두부터 1984년 전에 일어난 베트남 역사상 최초의 독립운동 기념 축제를 열어 자주독립 정신을 일깨우는 일종의 대국민 정훈교육을 실시하는 셈이다. ‘하이바쯩’은 베트남어로 둘(2)을 의미하는 하이(Hai)와 Mrs.를 의미하는 바(Bà)가 이름 쯩씨 앞에 온 것으로, 쯩짝(Trưng Trắc·徵側)과 쯩니(Trưng Nhị·徵貳) 두 자매를 일컫는 말이다. ‘하이바쯩’ 사당은 전국적으로 9개 성(省)과 중앙직할시에 걸쳐 103개 있다. 그 가운데 하노이 중심에서 서북쪽으로 약 25㎞ 거리의 메린(Mê Linh)현 메린(Mê Linh)면 하로이(Hạ Lôi) 마을에 있는 사당이 가장 장엄하고 국가유적으로 지정된 사당이다. 하로이(Hạ Lôi) 마을에 있어 다른 지역의 사당과 구분하기 위해 ‘하로이 사당’이라고도 한다. 메린현은 쯩 자매가 성장하고 독립운동의 깃발을 들고 한(漢)나라 태수 관아를 습격해 한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왕조를 세우고 도읍으로 정했던 곳이다. 응오시리엔(Ngô Sĩ Liên·吳士連)은 1697년에 편찬한 <대월사기전서(大越史記全書)>에서 쯩짝(徵側)을 쯩여왕(徵女王)으로 기술하고 있다.
도시마다 중심에 하이바쯩 거리가 있으며, 전국에 103개 사당과 하이바쯩 이름을 딴 초‧중‧고교가 있고, 행정단위 이름도 있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민족 독립의식을 고취하게 되는 것이다.
홍강을 바라보고 있는 하로이 사당은 12만9824㎡에 정문, 영빈관, 종루(鍾樓), 고루(鼓樓), 하이바쯩 사당, 친부모 사당, 시부모 사당, 남편 티사익 사당, 하이바쯩과 함께 싸운 여장군과 남장군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고, 코끼리 눈 모양을 한 연못, 코끼리 목욕용 연못, 국가주석과 총비서를 역임한 쯔엉찐(Trường Chinh)의 비밀문서 등 유품 보관각이 있어 각급 학교 학생들의 역사 문화 체험학습장으로 인기가 있으며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신성한 역사 유적지다.
국가 주관의 축제 외에 쯩 자매 탄생일인 팔월 초하루, 남편 티사익의 기일인 시월 열흘에도 전통적인 기념의식을 거행한다. 이러한 기념의식은 국가 주권 회복에 대한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베트남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독립운동(1984주년)을 기념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베트남은 역사를 되새겨 역사를 지킨다. 역사 교육은 유비무환의 첫걸음이고 국가의 존립과 주권 수호를 위해 헌신한 민족 영웅들에 대한 최선의 보훈이기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응우옌짜이대학교 총장 ▷전 조선대 교수 ▷전 베트남학회 회장 ▷전 KGS국제학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