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41) '한윤월상(韓尹越賞)'의 시대가 활짝 열리길 기대하며

2023-06-20 11:42

[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 보반트엉(Võ Văn Thưởng:武文賞)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992년 외교 관계 정상화 이후 베트남을 방문하는 7번째 대통령이다. 트엉(Thưởng) 주석은 1970년 12월 13일생으로, 지난 3월 2일 48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477명이 찬성하여 최연소 베트남 국가주석으로 선출되었다. 트엉 국가주석은 베트남 북부 하이즈엉성에서 출생하였으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부친의 고향인 남부 메콩강 유역의 빈롱성, 망팃(Mang Thít)현, 안프억(An Phước)면에 있는 안프억중학교와 안프억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1992년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9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트엉 국가주석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킬 책임이 있는 지도자이다.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

 
 
양국의 교역 규모는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4억9000만 달러) 수준에서 금년 1000억 달러, 2030년엔 양국의 연간 교역 규모를 15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1500억 달러 목표가 달성되면, 외교 관계 정상화 이후 4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교역 규모가 물경 300배로 증가하게 된다. 경이적인 증가이다.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 베트남이다. 베트남도 한국 기업의 투자와 한국 관광객 유치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사회경제 발전전략에 중점을 두고, 각종 제조업, 재생에너지, 전기차 생산, 금융, 물류, 과학기술 분야, 문화교류에 한국과 협력하여 경제를 도약시킨다는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베트남 국민 모두 이번 윤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실제로 베트남의 3대 도시인 하이퐁시에서 활동 중인 응우옌딘떰(Nguyễn Đình Tâm, 79) 시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즈음하여 환영의 축시를 보내왔다. 딸을 한국으로 출가시킨 떰(Tâm) 시인은 베트남 문인협회 회원으로, 베트남해양대학교 기관학과 주임교수를 역임하였고, 자신의 시집이 12개국어로 번역 출판된 바 있는 한국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한국의 ‘나눔문학상’을 포함하여 국내외에서 6개의 상을 수상하였다. 2022년 12월에는 한‧베수교 30주년 기념으로 제주PEN클럽 강방영 회장과 공동 시집 <기억의 꽃다발, 짙고 푸른 동경>을 한-베-영어 3개국어로 출판하여 제주도 시인들과 하노이에서 베트남 문인회 주최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바 있다. 떰(Tâm) 시인은 윤석열 대통령 베트남 국빈방문 소식을 듣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환영의 시를 필자에게 보내면서 번역을 부탁하였다.
 

 
 

[응우옌띤 떰 시인]

유월을 맞이하며
(윤석열 대통령 방월에 즈음하여)
응우옌딘떰(Nguyễn Đình Tâm)
 
정결하고 숭고한 분홍색 연꽃의 계절
유월을 환영하고 – 우정을 맞이한다
진실한 우정의 손길, 따뜻한 마음씨를 환영한다
한국과 베트남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사자(使者)를 환영한다
 
지금부터가 아니고
1992년부터가 아니었고
13세기부터였다
두 민족 우정의 초석을 놓은 최초의 베트남 사람:
이용상(李龍祥)왕자-화산군(花山君)이 있었다
 
80년대에 들렀던 인삼가게에서
베트남어를 배우는 아이의 목소리에
엄마와 함께 부르는 한국어 노래에 감동했었다
 
나에겐 녹색 성장 전략 도시 서울
한강의 기적을 시로 읊었던
유월이 있다
 
5·18민중항쟁추모탑에
한 줌 추모의 향을 피웠고
 
광주(光州)의 시우(詩友)들과
두 민족 우정의 시를 낭독하고
서로를 부둥켜안았었다
천지가 황홀했던 가을의 중턱에서
 
한국은 딸의 제2의 고향
외손에게 한-베트남은 안팎의 고향
한국은 내 마음속에 진실과 다정으로 자리 잡았고
나는 김치의 나라 친구의 우정으로 살아왔다.
 
밝디밝고 순수한 유월을 열렬히 환영한다
진실하고 친절한 친구들을 환영한다
우정과 평화의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자
정결한 분홍빛 연꽃향이 그윽한 계절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에 2016년 베트남을 방문하여 가장 서민적인 베트남 음식 가운데 하나인 ‘분짜’ 식당을 찾아 시식하여 ‘오바마 분짜’가 인기메뉴로 올랐고, 그 식당은 일약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베트남 국민의 마음속에 앙금으로 있던 대미 감정을 털어내었다. 고도로 치밀한 외교전략에서 나온 국가원수의 행보였다. 이번 윤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가 기대된다. 가짜뉴스로 반한 감정의 파고가 오르내리는 베트남에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좋은 호재가 있으면 좋겠다. 이는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약 20만 교민들의 희망 사항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정부에 바라는 당면 문제가 있다면 취업비자(E-9) 해결일 것이며,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베트남 불법체류자 문제해결일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바라는 가장 좋은 선물은 한국 여행 포함하여 체류 비자 발급 제도 개선이다. 한국에서 7년간이나 불법체류를 했던 베트남 사람에게 질문해보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불법체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은 아주 간단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가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한국 취업비자(E-9)를 받기 위해서 거금을 빌려 보증금, 건강진단서, 한국어 학비 등 약 6500달러를 지불한다. 한국에 유학 가려면 유학비자(D-2)를 받기 위해 은행 잔고증명서(1만 달러), 한국어학비, 비자수속비, 대학 등록금 등 일시에 약 1만8000달러가 있어야 한다. 은행 잔고증명서를 받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고, 대출이자가 7~8%로 매우 높다. 노동자들이 힘들게 일해서 전주의 배만 불려주고 있는 셈이다. 유학생들도 비자 받으려고 차입한 돈을 갚기 위해 부업을 해야만 담보로 잡힌 부모의 재산을 지킬 수 있다. 그러니 유학생들도 편안하게 공부만 할 수는 없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힘든 삶의 전선에 불법체류자들이 있다. 한국에 베트남 불법체류를 막으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는 지금까지는 비자 기간이 만료되면 반드시 베트남으로 귀국해야만 하는데, 귀국하지 않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한국에서 비자를 연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취업비자가 만료되면 일단 베트남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에 다시 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취업비자를 다시 받는 데 필요한 비용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 또 돈을 빌리고 브로커들에게 주는 수수료가 만만치가 않다. 한국에 오기 위해서 지출하는 부대비용이 불법체류를 부추기는 셈이다. 둘째는 고비용을 들여 어렵게 한국 취업비자를 받는데 1인 2회 발급에 국한한다. 2회 이상 취업비자를 받을 수가 없다. 그러니 불법체류를 하면서라도 돈을 벌어 빚을 갚아야 하니 잠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합법적인 체류 기간에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취업비자 발급 횟수를 구태여 제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들은 신규 노동자보다 한국말로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해당 분야에 숙련이 되어 생산성도 향상된다. 그러니 2회로 한정한 취업비자 발급 횟수를 풀면 된다. 현재 국내에 있는 베트남 불법체류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비자를 연장해 주면, 불법체류자들은 자진해서 신고하고 합법적인 체류로 떳떳하게 일하고 돈을 벌기 위해 벌금을 납부할 것이다. 벌금을 납부하고 취업비자 기간을 연장받는 것이 불법체류자들에게는 훨씬 경제적인 방법이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어 생활도 안정된다. 벌금 징수로 인한 국고 증대는 부수적인 이익이다. 양 국민의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해 취업 및 유학, 여행 비자 문제를 연구하여 제도적으로 잘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과의 선린 우호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시대를 활짝 여는 데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베트남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에너지, 녹색성장, 과학기술, 노동, 문화, 관광,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으로 베트남 국민에게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더욱 깊게 해주고, 두 나라의 정상인 윤 대통령과 트엉(賞) 국가주석이 손을 굳게 잡고, 미래를 향한 ‘한윤월상(韓尹越賞)’ 협력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205명의 역대 최대 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방문하는 윤 대통령이 트엉(賞) 국가주석과 함께 두 민족 상생 발전을 위해 내놓을 희망의 보따리가 기대된다. 한국의 성공이 곧 베트남의 성공이 될 것이다.
 


안경환 필자 주요 이력
 
▷KGS국제학교 이사장 ▷하노이 명예시민 ▷전 조선대 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