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흘 만에 유가족 분향…"좋은 곳으로 가소, 제발"

2024-12-31 21:00

31일 오후 2시께 무안공항 1층 합동분향소가 차려질 공간 앞에 조화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안수교 기자]


“좋은 곳으로 가소, 제발 좋은 곳으로 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무안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유가족들은 걸음을 옮겼다.

2층 재난 구호 텐트에 머무는 유가족들은 안전을 우려해 미리 정해둔 방향으로 줄지어 이동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분향소가 마련된 1층에 내려갈 때까지 유가족들의 얼굴은 담담했다.

하지만 간신히 추슬렸던 유가족들의 마음은 분향소 앞에서 무너진 듯했다. 유가족들은 분향소에 높인 수많은 위패 속에서 가족의 이름을 찾으며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저녁 7시가 가까워질 때쯤 무안공항 1층 2번 게이트 정면에 희생자 위패가 놓인 분향소가 마련됐다. 사진을 놓길 원하는 유가족만 위패와 같이 사진을 뒀고, 가족은 가족끼리 옆에 자리할 수 있도록 자리가 배치됐다.

분향소에 들어선 한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 딸의 죽음에 “내 딸이 나를 두고 어떻게 가, 내 새끼”를 연신 이야기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왜 거기 있어, 너 없이 어떻게 살아”라고 통곡하는 한 유가족의 울음소리는 분향소 주변에 울려 퍼졌다.

줄을 서 기다리던 유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고,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분향소를 나온 가족들은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무안공항 1층 합동분향소 설치는 이날 오후 2시 정도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설치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며 저녁이 돼서야 문을 열었다. 이에 조문을 하기 위해 찾아왔던 적잖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광주에서부터 무안공항 분향소를 찾은 유모씨(42)는 “마음이 너무 아파 3일 밤을 제대로 못 잤고 가족을 잃는다는 슬픔이 남 일 같지 않아 분향소라도 와서 인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한동안 자리에 서서 분향소가 설치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