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대화서 재차 쇄신 다짐한 김범수 "'카카오' 사명 바꿀 각오로 임할 것"

2023-12-11 16:21
11일 임직원 대화 '브라이언톡'서 전면적인 쇄신 의지 재차 밝혀
기존 확장·자율성 중심 경영 기조 버리고 핵심 사업 중심으로 경영 체질 변화
빠른 쇄신 위한 인적 변화도 시사…"새로운 카카오 이끌 리더십 세워가고자 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임직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그간 카카오가 추구했던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 대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다. 지난 10여 년간 카카오 성장을 이끌어 왔던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 특유의 자율경영 기조에서도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심을 탄탄히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 이후 인적 쇄신을 시사했고,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각오로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11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고,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카카오의 성장 방식을 되짚었다. 그러면서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가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왔다며 과거 10여 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동안 고수했던 확장 전략을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면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쇄신에 임하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다짐이다.

그는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투자와 스톡옵션, 위임을 통해 계열사 성장을 이끌어 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 시점의 시장 우위뿐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그간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보장해 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대기업처럼 컨트롤타워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인적 쇄신도 시사했다. 그는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날 임직원 대화에는 약 400명의 임직원들이 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약 20개의 질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올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인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고위 임원들이 구속됐고 김범수 센터장도 15시간 넘게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은 후 최근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송치됐다. 이를 시작으로 카카오 핵심 계열사들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탈취 논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관련 논란 등 갖가지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내부 문제도 터졌다. 지난 9월 카카오에 합류한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최근 불거진 임직원들에 대한 욕설·폭언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의 여러 관행들을 외부에 폭로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과 대형 공연장인 서울아레나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두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제주도 ESG센터 건설 과정에서 공사대금이 최대 800억원에 달하는 업체를 특정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선정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받는 임원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사내망에 올리면서 '폭로 공방'으로 번졌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이 모인 비상경영회의가 7주 연속으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의 경영쇄신 방식과 관련한 후속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카카오 계열사 대표들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와 관련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해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반복해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