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화재 막을 배터리 정보 개방한다

2023-12-07 04:51
환경부, 보조금 기준 적용 움직임에
'대외비' 배터리 관련 정보 공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화재 원인을 가릴 수 있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와 관련한 일부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기로 했다. 그간 완성차는 BMS를 대외비로 해왔지만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배터리 상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전기차 관련 보조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외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환경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배터리에 대한 전압·전류·온도 등 일부 정보를 개방하기로 했다. 전기차 화재 예방 사업에 관련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정부 취지에 공감해 협력을 결정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현재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시 배터리의 전압·전류·온도에 대한 정보를 충전기로 전달해 화재를 막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에 배터리 정보 공개 여부를 적용할 거란 움직임에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화재를 놓고 책임 소지가 있는 배터리셀, 전기차 충전기 업체 등이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완성차가 쥐고 있는 배터리 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해왔고, 이에 협조하지 않은 완성차 업체는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BMS와 같은 배터리 정보는 완성차 고유의 기술이라 대외공개를 꺼린다.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셀→모듈→팩' 단계를 거쳐 탑재된다. 보통 배터리 제조사가 배터리셀과 모듈까지 생산해 공급한다. 이후 완성차가 BMS 하드·소프트웨어, 냉각 장치 등을 추가해 배터리팩으로 만들기 때문에 BMS에 대한 접근이 배터리 제조사에는 제한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 코나 화재 리콜 때 BMS 불량을 주장한 이유는 현대차의 과실을 높이기 위해서였지만 이를 규명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 리콜' 비용을 3대7로 분담했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주요 배터리 업체는 우회적으로 배터리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협력 업체의 렌터카 차량을 이용해 왔다. 양사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서비스형 배터리)'라는 이름의 사업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상시 진단 및 수명 예측, 잔존가치 평가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현대차그룹에 이어 다른 완성차 업체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하면 배터리셀사가 축적할 수 있는 배터리 정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향후 전기차 화재 원인을 두고 완성차 업체와 공방을 벌일 경우 제시할 수 있는 증거들이 많아진다. 

환경부 관계자는 "BMS 공개 여부를 가지고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건지 완전히 결정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전문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전기차 안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