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야산다! 새마을금고]② 내부통제 어쩌나···풀뿌리 금융이 비리백화점 된 이유

2023-12-06 05:00
반복되는 횡령·비리···구조적 내부통제 실패 사례
얽히고설킨 이해 관계에 관리·감독 기능 상실해
직원들 "경영혁신안은 환영···'관치 금융'은 반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창립 60주년을 맞았지만 전임 회장의 횡령·비리 등으로 그간 새마을금고가 쌓아 온 이미지가 일순간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의 상실감이 매우 큽니다. 경영혁신안이 제대로 이행돼 더 이상 비리로 얼룩진 선거가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회사가) 무너진 임직원들의 자존감을 보듬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0대 새마을금고 직원 P씨)

새마을금고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받는 데에는 그간 내부통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오래도록 방치한 영향이 크다. 특히 비리·횡령 등 각종 금융 사고 발생에도 역할을 하지 못하는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 그리고 이런 내부통제 부실 관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선거 구조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겹겹이 쌓였다.

반복되는 금융 사고에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에 충실히 임하는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한 새마을금고를 혁신하기 위해 새마을금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수술대 위에 올렸고,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큰 틀에서 혁신안에 동의하면서도 상호금융 본연의 협동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부통제 관리부실...회장직무대행 금고의 17억 횡령책임도 유야무야 경징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기관들은 돈을 만지는 일을 하기 때문에 순환 근무를 해야하는데, 이 같은 규율이 내부적으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10월 서울남대문충무로금고에서 지점장 A씨가 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A씨는 해당 지점장으로 지난 2014년부터 근무했다.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도 7년 전인 2017년부터다. 그런데도 이 횡령사고의 책임당사자인 김인 중앙회장 직무대행(서울남대문충무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견책권고'의 경징계만 받았다.

실제 횡령 등 비리 사고의 대부분은 개별 금고 자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인사이동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내부통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다"며 "특히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적발되는 것도 개별 금고 간 합병이 있거나, 순환하는 임직원이 관련한 문제를 발견해 보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관리가 미흡한 상황에서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앙회장이 선출직으로 운영되면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그동안 새마을금고 내 선거는 '임의 위탁' 대상이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고, 대의원 투표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하는 간선제가 가능했다. 외부 감시망이 없는 자체 선거는 비리의 온상이 됐다. 

정부 산하 선거관리위원회나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관리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사장들은 사실상 무제한 셀프 연임도 가능했다. 원칙적으로 이사장 연임은 두 차례로 제한되지만, 이사장이 임기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사임한 뒤에 다시 보궐로 이사장에 오르면 이는 연임에 해당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컸다. 실례로 김 직무대행은 인근 영세금고와의 흡수합병을 통해 임기만료(3연임) 2달여 앞두고 임기를 연장해 4연임에 이르고 있다. 중앙회의 혁신위원 대다수도 이런 꼼수 임기연장을 했다.

금고 이사장의 무소불위 권한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별 금고는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고 이사장은 사실상 제왕적 실권을 가진다. 이런 금고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중앙회장 역시 전국 1291개의 금고 이사장 중 350명의 대의원이 뽑는 간선제로 진행됐다. 결국 중앙회장은 이런 이사장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사실상 내부통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도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전국 1200여 개에 달하는 지역 금고를 보유하고 있고, 지역 금고는 지역 내 주민들을 조합원으로 한다. 지역 단위 조직 내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되는데, 이는 새마을금고의 영업망이 지역유지를 기반으로 두고 있어서다. 한 표가 아쉬운 지방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 내 영향력이 큰 새마을금고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회의 견제구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런 정치적 이해 관계는 든든한 뒷배를 만들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 기능을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내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의 피해액만 643억8800만원에 달한다.
"전관 자리 막아야"...정부의 낙하산 인사 등 관치 막는 게 관건
이렇듯 새마을금고가 반복되는 횡령에 중앙회장 금품수수,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발생까지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하면서 금융당국은 직접 개혁 전면에 나섰다. '범정부 대응단'인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경영대표이사 신설 △중앙회 이사회 구성 다변화 △건전성 관리 규제 개선 △리스크관리최고책임자 신설 △부실우려금고 합병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혁신안을 내놨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경영대표이사직을 신설해 전문경영인을 앉히고 전문이사(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새마을금고의 지배구조가 중앙회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있지만, 견제 장치는 미흡해 경영 전반의 책임성이 저하되는 구조라고 보고 있다. 이에 외부 전문가를 수혈해 중앙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중앙회장의 임기를 단임제로 교체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혁신안이 그간의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새마을금고 내부에서는 대체로 혁신안이 제대로 작동해 새마을금고의 해묵은 문제들이 개선되길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풀뿌리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본질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노조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376명 중 286명(76.1%)이 '새마을금고 혁신안 중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주된 우려는 낙하산 인사에 따른 관치 논란이다. 특히 이번 중앙회장 선거 출마예정자인 K모 전 임원은 이번 정부혁신안에 대해 일선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의견을 심도있게 청취해 전면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혁신안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예컨대 신용공제 대표이사, 감독위원장으로 외부인사가 앉는 경우에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고, 금고 업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더욱이 내부 업무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의 근무 환경이나 처우 등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주식회사에서도 결국 대주주가 회사의 주인을 뽑듯 중앙회의 선출 방식으로부터의 문제라기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전문경영인을 둔다고 해도 과연 전문경영인이 중앙회장의 권한과 개입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또 전문경영인을 앉힌다고 해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행동하는 대리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