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與공관위원장 자리 달라"에 김기현 대표 즉각 "불가"

2023-12-01 01:00
김기현, 공관위원장 물색 중...다음주 임명 가닥

지난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이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과 인사를 한 뒤 돌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 업무를 관장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김기현 당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0일 정면으로 부딪쳤다. 인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공관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하자 김 대표가 즉각 "불가하다"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혁신위원회' '공천관리위원회'라는 애드벌룬을 조기에 띄웠지만 당내 힘겨루기로 인해 가라앉는 모양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지도부에 공관위원장 추천을 요구했다. 답변 시한은 12월 4일로 못 박았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던 말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을 주제로 한 권고 사안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고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이 제시안 권고안은 지도부 외 중진·친윤계(친윤석열 대통령) 의원 불출마와 험지 출마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 위원장의 최후통첩은 힘을 잃은 혁신위가 조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방증한다. 혁신위 조기 종료설은 시간이 문제이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당초 혁신위 활동 이후로 구성이 예정된 공관위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출범이 당겨진 데다 인 위원장이 ‘퇴짜’를 맞으며 혁신위 조기 종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혁신위 활동 종료일은 12월 24일인 반면 공관위 출범일은 12월 중순이다. 공관위 출범이 혁신위 종료 시점보다 이른 셈이다. 굳이 성격이 비슷한 특위를 2곳이나 가동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인 위원장의 혁신안을 받을 생각도, 공관위원장 자리를 줄 마음도 없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그런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했는데 당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당에 책임 있는 분들에게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며 "혁신의 특징은 제로섬이다. 100점 아니면 0점이다. 70점, 80점짜리 혁신은 없다. 받아들이거나 안 받아들이거나다. 사실 참담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공관위원장직을 맡아 총선을 총괄할 인물을 따로 물색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관위원장 후보로 김무성 전 의원, 안대희 전 대법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김 위원장과 김 전 비대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멘토로 알려져 있다.
 
아직은 누가 자리를 차지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공관위는 공천 전반을 총괄하는 곳이어서 그 자리에 당 안팎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일축하고 김 대표 체제를 고수하는 지도부가 공천을 결정하는 공관위원장 자리에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을 임명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성을 담보로 당내 평판이 좋고 책임 있게 총선을 총괄할 인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공관위원장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관위원장은 항상 다선 의원 출신에 정치 욕심이 없는 원외 인사가 맡았던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최근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위원장직을 수행할 인물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