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전장 MLCC 시장에 발목잡는 엔저…삼성전기, 내년엔 날아오를까

2023-11-29 19:35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확장되면서 국내 대표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기업인 삼성전기에 이목이 쏠린다. 전장 MLCC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으나 최근 지속되는 엔저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전장용 MLCC를 확대하는 한편 고신뢰성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삼성전기의 전략이 내년에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전장 MLCC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전기차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을 탑재함에 따라 고부가 MLCC 수요 증가로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장용 MLCC 비중이 과거 2008년 11%에서 2028년 25%로 확대될 것이라 예상한다. 세계 시장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올해 29억 달러에서 2026년 40억달러로 연간 40%가량 성장세가 기대된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삼성전기 역시 전장용 MLCC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MLCC 사업이 전체 매출의 4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전자용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스마트폰과 같은 IT용 MLCC에 비해 전장용 MLCC는 고부가 상품으로 통한다. 가격은 약 4배 이상 비쌀 뿐 아니라,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MLCC가 800~1000개 정도면 전기차에는 최대 1만5000개가 탑재된다.

다만 역대급으로 지속되고 있는 엔저가 발목 잡는 요인이다. 올해 초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기의 글로벌 전장용 MLCC 점유율이 기존 9%에서 13%로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점유율 상위권인 무라타제작소와와 TDK, 다이오유덴 등 일본 기업들이 점유율이 각각 44%→41%, 20%→16%, 18%→13%로 하락하고 그 자리를 국내 삼성전기와 대만의 야게오 등이 메꿀 것이라 본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확대됐으나 실적은 그렇지 못했다.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비중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으나 MLCC 사업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컴포넌트 부문 매출을 살펴보면 이번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9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줄었다. 일본 경쟁사가 엔저 효과를 보면서 MLCC 평균 판매가격(ASP)이 하락한 것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내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며 엔저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내달 4일 간담회를 통해 엔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엔저는 큰 기업에는 희소식일지 모르나 중소기업이 모여있는 업종에서는 타격일 수 있다"며 "때문에 일본에서도 지금과 같은 엔저가 계속해서 지속되는 것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슈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차량용 MLCC 0603 inch C0G 1㎋ 250V 신제품 [사진=삼성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