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해외직구 규제'에 與에서도 "과도‧졸속‧무식한 정책"

2024-05-19 10:05
한동훈‧나경원‧유승민 등 차기 당권 주자들 일제히 우려 목소리

이정원 국무조정실 2차장(왼쪽 넷째)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을 골자로 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 해외직구 금지 조치'에 대한 여론 반발이 큰 가운데 국민의힘 잠재 당권 주자들도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저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인 해외직구 시 KC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再考)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지만, KC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4·10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정부 정책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경원 당선자(서울 동작을)도 SNS에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차근히 준비해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면서, 소비 선택의 자유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SNS를 통해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며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유해성이 입증되면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유통을 금지하고 제조사에 책임을 묻는 건 당연히 필요한 사회적 규제"라면서도 "유해성 입증과 KC인증 획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가지 않도록 규제는 필요한 곳에만 정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값싼 제품을 해외직구 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면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피해를 본다"며 "고물가 시대에 해외직구 금지는 소비자 피해를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제품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 안전을 핑계로 중국의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으로부터 국내 인터넷쇼핑업체와 유통업체를 보호하려는 조치인 것 아니냐며 '국민 선택권 제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정부는 17일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정책이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부터 반입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직구에 제한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