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인재·기업·자금이 다시 한국에 몰리게 하려면

2023-11-28 07:00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한국차의 해외 시장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1년 이상 주춤하는 중에 자동차가 수출 효자로 자리바꿈을 했다. 수년 전까지 주력 시장이던 중국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기염을 토하는 중이다. 이에는 서방 국가들의 중국산에 대한 견제 조치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자동차 마이너 3사 한국GM·KG모빌리티·르노 코리아도 13년 만에 동시 흑자를 기대한다. 내수보다는 수출과 위탁생산 비중이 큰 두 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고환율과 더불어 세계 시장에서의 신차 품귀 현상이 우리에게 유리하고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 신흥 신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여 고무적이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가 한국 아닌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센터’를 가동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5년 전후로 국내외 전기차 전용 스마트 팩토리 신공장 본격 가동에 앞서 예고편인 혁신센터로 맞춤형 차량 생산에 특화된 제조 방식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3년 전에 기공식을 가진 이후 코로나19로 1년 정도 늦게 오픈했다. 본사가 한국이지만 자동차 인프라가 전혀 없는 싱가포르에 미래 공장의 모태를 연 것은 인재 유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미래차와 연계 신산업을 개발해 나가는 데 있어 규제가 적고 현지 정부의 인센티브가 많은 곳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이다.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 한국이라는 국적을 강조하는 것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한편으론 향후 동남아 시장이 한·중·일 삼국지가 될 것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전기차를 앞세워 수출에서 압도적 1위를 보이며 세계 시장에서 만리장성을 쌓아가고 있다. 미국과 EU의 각종 규제로 동남아 등의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자금력과 화교 상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동남아 시장은 원래 일본차의 텃밭이다.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태국은 일본 완성차 업체의 주력 생산거점이기도 하다. 한국차와 중국차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현지 거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뒤늦게 한국의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기아는 태국에 현지생산 거점을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합류 중이다. 앞으로 이 격전장에 벌어질 삼파전이 볼만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공급 기지의 이동도 활발하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뿐만 아니고 일본 기업의 움직임이 유난히 거세다. 중국 공장을 빼내 북미나 동남아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소·부·장’ 기업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미국이 가장 많고, 동남아의 신규 거점은 태국과 베트남이 주목을 받는다. 그렇다고 모두가 발을 빼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의 투자 효율이 높은 기업은 철수하지 않고 오히려 투자를 늘린다.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기업도 많다. 최근 수년간 해마다 자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의 수가 미국은 1천개 이상, 일본은 6~700개, 한국은 고작 2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한 해 밖으로 나가는 기업의 수는 4천개에 달해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민청 신설,  국가 백년대계를 시야에 넣어야
 
얼마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미래세대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적과 관계없이 뒷받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과연 말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한인 과학자들이 상당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국내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마땅히 올 곳이 없다. 그들이 반겨주는 자리가 없어 현지에 거주하면서 미국의 과학 발전 혹은 경제에 이바지한다. 이웃 중국은 자국 국적 포함 해외 인재를 파격적인 대우로 유치, 국가적 인재 1만명을 양성하는 ‘만인계획((萬人計劃)’을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 공부한 인재들이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 접근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주장했지만 최근 들어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 밀려나는 이유가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이 아닌 기술력에 기인한다는 토로가 나온다. 병도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정확한 처방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직도 기술이나 인재에 대한 중요성이 소홀하다. 국가적인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여 앞서 나가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가 지난 2~30년간 국내에서 외면받은 한국의 기술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파격적 대우에 현혹되어 기술 이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중국의 완성차 공장 연구실에 수십명의 한국 기술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현장이 목격되기도 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술력이 중국에 흘러 들어갔다.
 
본격적인 인구 절벽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려했던 것들이 하나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민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민청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모양이다. 당장 제조 현장에 필요한 일손을 들여오는 것도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들여야 할 이민이 어떤 부류여야 하는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공론화가 필요하다. 우선 부득이하게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 혹은 인재가 국내에 되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역(逆)이민까지 수용할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많아지도록 하려면 우리 내부를 매력적으로 꽃단장을 새로 해야 한다. 과연 이런 국가 백년대계를 만들 수 있는 혜안이 우리 정치권이나 정부에 있는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