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미·중 디리스킹, 우리는 다시 기회를 찾아야 한다

2023-11-13 17:17

[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최를 계기로 15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1년 만에 바이든과 시진핑이 만난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반도체와 대만(양안) 문제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돈다. 그러나 속 사정을 좀 더 엄밀히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바이든과 경제 회복 지연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시진핑이 양국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겹치면서 계속되고 있는 긴장 국면이 미국과 중국에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봉합을 위한 수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채택한 두 개의 용어에서 큰 흐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하나는 ‘디커플링(Decoupling, 미·중 공급망 분리)’와 ‘디리스킹(Derisking, 양국 갈등에 따른 위험 분산)’으로 요약된다. 전자 쪽에서 후자 쪽으로 분위기가 옮겨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타당하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적 틀에 서유럽이나 일본 등 전통적 동맹국을 포함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인도나 동남아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합류하는 중이다. 갈수록 중국 경제가 고립화되고 있고,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사활을 걸고 진행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마저 곳곳에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인도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중국의 상하이나 베이징에 넘쳐나던 한국인의 수가 급감하고 베트남 등 동남아로 이동한다. 한국 식당도 파리를 날리면서 중국인으로 주인이 바뀐다.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승객 수는 넘쳐나는데 중국행은 자리가 남아돈다. 기업이나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는 단지 한국인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중국에 체류하는 외국인과 기업, 자금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올해 7월부터 훨씬 강화된 반(反)간첩법(간첩 행위 개념 확대 및 처분 강화)이 발효되면서 내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체류 중인 다수 일본인이 체포되면서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탈(脫)중국이 늘어나고 중국행(行)은 줄어드는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디커플링(탈동조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중국의 수출이 좀처럼 증가세로 반전되지 않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을 대체하는 인도산 혹은 동남아산의 진격이 거세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인력과 기업, 돈이 이곳으로 이동한다. 인도는 최대 수혜자다. 경제성장률은 중국을 추월하여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지난 2분기에 7.8% 성장하였고, 연간으로도 6.5% 성장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선 인도의 GDP 규모가 수년 내에 일본과 독일을 추월하여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로 부상한다는 시나리오가 단지 시간표에 불과할 정도로 인정이 되고 있다. 추락하고 있는 중국의 이익이 고스란히 인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실시간으로 목격되고 있는 셈이다.
 
회복력과 연결된 디리스킹, 서들러 한·중 정치 복원으로 국익 확대 계기 만들어야
 
디리스킹(탈위험화)은 디커플링보다 완화된 서방의 對중국 정책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유지하되 위험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전략의 수정이다. 이에는 기존 디커플링 전략이 충분히 먹히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공급망을 다른 국가로 분산하는 데에 상당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경제의 급격한 후퇴가 세계 경제에 절대 유익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다만 첨예한 첨단기술 경쟁, 자원이나 원자재 공급망 교란 등 중국이 가진 힘의 지렛대가 더 커지지 않도록 이에 대한 경계와 견제는 줄이지 않는다.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위험을 확대해 나가기보다는 줄여나가는 것이 글로벌 경제의 회복력을 살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APEC 회의의 주제도 ‘모두를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창조’다. 회복력과 디리스킹을 연결된 개념으로 간주한다. 지경학적 위험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나 서방도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유연화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는 것이 현시점에서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한다. 시진핑 정권이 일시적으로 발톱을 감추고 직면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본질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미국이나 서방도 마찬가지다. 정상이 만나더라도 셈법은 여전히 다르다. 빅딜이 만들어지기에는 양자의 괴리가 너무 크다. 경쟁은 당분간 멈추고 불거진 위험은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선물 주고받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정세의 변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도 크다.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이익을 보기보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한국 경제도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서방에 동조하여 중국을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원래의 상태로 돌려야 한다. 두 갈래 전략이 필요하다. 국익의 관점에서 중국에서 무조건 빠져나오는 속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에는 한·중 양국 정치 관계의 외교적 전환이 중요하다. 사면초가인 중국도 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상황 반전이 만들어지면 한국 기업과 인력의 중국 기피가 감소할 것이다. 남들이 다 빠져나간 공간에서 우리만의 기회를 다시 찾아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