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뻥튀기' 논란 상장사들…IPO 공모가는 어떻게 정해질까

2023-11-22 17: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파두를 비롯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파두의 상장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공모가를 부풀렸는지 여부가 주요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두 사태와 유사한 '뻥튀기 상장' 사례도 연이어 관측돼 증권가에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제도 악용 방지 및 투자자 보호제도 강화에 나서겠다며 문제 발생 시 주관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공모가 높을수록 상장사-주관사 '윈윈' 구조

한국거래소는 지난 17일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발표했습니다. 기술특례상장(혁신기술·사업모델) 기업이 2년 안에 관리·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 또는 상폐사유가 발생할 경우, 주관사가 다른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 등 추가 조건이 부과된다는 내용입니다. 풋백옵션이란 일반 투자자가 공모를 통해 확보한 주식이 일정 기간 동안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할 경우 상장 주관사가 해당 주식을 되사는 제도를 뜻합니다.
 
'공모가 뻥튀기' 논란은 기술특례상장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상각전영업이익대비기업가치배수(EV/EBITDA)'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기업가치 산정과정에서 시가총액과 공모가가 크게 부풀려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회사가 적자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EV/EBITDA 방식을 사용했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당시 상반기 영업이익인 155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310억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3분기에 68억7799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까지 155억원이던 누적 영업이익은 3분기 86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였던 310억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이후 4거래일 연속 급증해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7조원을 넘어서며 공모가 논란은 사그라들었습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이 종료된 지 불과 1주일 만에 대규모 적자 성적표를 꺼내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왜 '공모가 뻥튀기' 현상이 발생할까요?
 
상장주관 수수료는 주관사가 인수하는 금액에 일정 수수료율을 곱해 계산합니다. 인수수수료는 통상 공모가의 1~2% 수준으로 책정됩니다. 공모 물량이 많고 공모가가 높을수록 주관사가 수익을 증식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공모가가 수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증권사는 수익 확대를 위해 공모기업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모가가 높은 가격에 형성되면 상장사도 자본조달이 쉬워집니다. 쉽게 말해 상장사와 주관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공모가 산정 방식…일장일단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공모가는 상장사와 주관사 간의 협의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 분석한 후 적정 공모가를 산정합니다. '절대가치 평가법'과 '상대가치 평가법'으로 나뉩니다. 다만, 절대가치 평가법은 미래 현금흐름 및 적정 할인율을 평가할 때 객관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가치 평가법'이 보다 널리 활용되는 이유입니다.
 
'상대가치 평가법'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EV/EBITDA 방식 외에도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PSR(주가매출액비율) 등이 있습니다.
 
PER는 해당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이익(EPS)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파두가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PER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파두는 브로드컴, 마이크로칩, 맥스리니어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최근 12개월 실적 기준 PER인 22.51배를 적용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산출했습니다. 파두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들로만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설정해 고평가 논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PBR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BPS(주당순자산)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엄격한 회계기준이 적용되고 자산건전성을 중요시하는 금융기관의 평가나 고정자산의 비중이 큰 장치산업과 같은 업종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2020년 PBR 방식을 적용해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PSR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SPS(주당매출액)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매출을 키워 외형 성장을 꾀할 때 선호하는 비교가치 평가방법입니다. PSR에는 이익 지표가 반영되지 않아 기업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 악화 등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몇 년간 적자가 이어지거나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PSR을 선택하면 이런 문제를 감출 수 있습니다. 새벽배송 플랫폼인 쿠팡이 지난 202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때 PSR 방식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