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73%·배추 23% '뚝'…10월 생산자물가 한풀 꺾였다

2023-11-21 06:28

올여름 폭염·폭우 탓에 크게 올랐던 배추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배추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0월 시금치 생산 가격이 한 달 만에 70% 이상 하락하는 등 농·축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생산자물가가 넉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59(2015년=100)로 한 달 전보다 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의 하락세다. 다만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로는 0.8% 오르며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문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이 농산물(-5.9%)과 축산물(-6.0%)을 중심으로 -5.5% 하락했다. 반면 수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1.3% 올랐다. 공산품은 석탄및석유제품(-1.4%) 등 하락에도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0.8%), 화학제품(0.3%) 등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0.1% 상승했다. 전력 및 가스, 수도 및 폐기물과 서비스 생산자물가 역시 산업용 도시가스와 운송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나란히 0.1% 올랐다.

이처럼 생산자물가가 낮아진 데에는 농·축산물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수확기 도래에 따른 생산량 증가와 수요 감소 등으로 농축산물이 내리면서 전월 대비 하락했다"면서 "명절 이후의 소비 감소가 럼피스킨병 확산과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10월 중 신선식품 가격이 한 달 전보다 9.8%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품목 별로는 시금치 생산자물가가 한 달 만에 73% 급락했고 배추 가격 역시 24% 낮아졌다. 반면 사과 가격은 79.5% 급등했고 쌀 가격 역시 11% 이상 상승했다. 

고공행진하던 유가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중단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생산자물가를 낮추는 데 한 몫을 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된 두바이유 가격은 8월 말 배럴당 87.53달러에서 9월 말 배럴당 96.10달러로 10% 가까이 뛰었으나 10월 말 88.05달러로 다시 8%가량 하락했다.

한편 국내 출하는 물론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10월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원재료(3.6%)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0.7% 오르며 석 달 연속 상승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을 더한 총산출물가지수는 농산품 가격 하락에도 공산품(0.6%), 서비스(0.1%) 가격이 오르면서 전월보다 0.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