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스토리] 손흥민·아이유·공유…은행권 광고모델 '모시기'

2023-11-14 06:00
광고모델 활용해 은행 이미지 구축…'신뢰도'가 최우선
전략 따라 라인업 다각화…아이돌로 '잘파세대' 정조준

하나은행이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사옥 여유 공간을 활용해 조성한 ‘하나 플레이 파크(Hana Play Park)'. [사진=하나은행]
손흥민, 아이유, 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금융그룹 또는 은행 광고모델이라는 것. 금융권에서는 예전부터 스포츠 선수, 배우, 가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정상급 유명인사를 자사 광고모델로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톱스타’라도 금융그룹이나 은행 광고는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업의 특성 때문이다. 모든 금융권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은행은 광고모델을 발탁할 때 인지도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중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금융업 특성상 신뢰도 있는 유명인사가 출연하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아울러 광고모델의 이미지를 빌려 은행의 신뢰도와 매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뢰할 수 있는 은행’ 이미지 구축 위해 ‘톱스타’ 기용
우리금융그룹 광고모델 가수 아이유 [사진=우리금융그룹]
전통적으로 은행은 소주업계와 더불어 최정상급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은행인 만큼 그룹 광고모델을 은행 광고에 활용하기도 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소위 ‘톱스타’들은 나름대로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분야가 있어 광고모델 제의가 들어와도 골라서 받는 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은행 광고의 경우 광고모델도 신뢰도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현직 은행 광고모델의 면면을 보더라도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우선 하나금융그룹은 2018년부터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주장을 맡는 등 세계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이를 활용해 최근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사옥 여유 공간에 조성한 브랜드 체험 공간 ‘하나 플레이 파크(Hana Play Park)’를 손흥민 위주로 꾸몄다. 명동 초입이라는 위치적 특성을 활용해 대형 손흥민 벽화 등으로 공간을 조성해 명동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가수 아이유와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해 올해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아이유를 광고모델로 낙점한 이유는 최정상급 가수인 만큼 인지도가 높고, 젊은 층부터 기성세대까지 ‘호감형’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유는 2008년 데뷔해 10년이 넘는 기간 이렇다 할 구설수 없이 차근차근 입지를 넓혀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게다가 아이유는 꾸준한 기부 등 선행을 통해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인식돼 있다는 점에서 최근 ESG(환경·사회·투명 경영)를 강조하는 은행의 광고모델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KB금융그룹은 2007년부터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대명사 격인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KB금융은 김연아를 비롯해 2018~2020년 방탄소년단(BTS), 2009~2023년 이승기 등 과거에도 당대를 대표하는 톱스타들과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전문성과 진정성을 무기로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한 박은빈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도 배우 공유·박은빈을 앞세워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특화점포 ‘나인투식스 뱅크(9To6 Bank)’를 홍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 브랜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광고모델로 배우 이영애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은 현재 유명인이 아닌 자사 캐릭터를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까지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뉴 쏠(Sol)’ 광고모델로 활약했다.
 
은행의 광고 공식…모델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KB국민은행 광고모델 아이돌 그룹 NCT드림(Dream) [사진=KB국민은행]
금융지주와 은행이 신중하게 광고모델을 기용하는 만큼 새로 합류하는 모델을 보면 전략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하나은행이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을 광고모델로 발탁하고, 우리은행도 MZ세대 아이콘으로 떠오른 주현영과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KB국민은행의 광고모델은 아이돌 그룹 NCT드림(Dream)이 활약하고 있다. 현재는 계약이 종료됐지만 최근까지 아이돌 그룹 에스파도 KB국민은행의 MZ 고객 전용 플랫폼 ‘리브 넥스트(Liiv Next)’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은행 광고모델로 인기 아이돌이 각광받는 이유로 ‘잘파세대’의 부상을 꼽는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를 통칭하는 단어다.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잘파세대를 공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파세대가 전통적인 시중은행보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더욱 친숙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이들의 주요 소득원인 용돈을 자사 플랫폼에서 관리하도록 유도해 일단 고객으로 확보한 뒤 성인이 돼서도 고객으로 묶어두겠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알파세대의 97%, Z세대의 80% 이상이 용돈을 주요 소득원으로 한다. 추가 소득원으로는 특정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앱테크(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은행권 관계자는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사를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소비자군을 공략하기 위한 광고모델도 필요하다”며 “최근 은행들이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광고모델 섭외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