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라]박찬종 "경상도당‧전라도당 지역 패거리화...양당 민주화 수준 0점"

2023-11-14 05:00
"13대 대통령 선거, YS·DJ 단일화 실패 이후...'경상·전라' 지역주의 고착화"
"국민의힘은 윤석열, 민주는 이재명 정당...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박찬종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박찬종 변호사는 현재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점으로 '지역주의'를 꼽았다. 영호남으로 분리된 지역감정이 정당에 뿌리내려 대화와 타협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 정치에 낀 먹구름은 쉽게 걷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 정치계의 '살아 있는 역사'다. 1960년 제1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1971년까지 검사로 일했다. 그는 같은 해 제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냈지만 신민당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박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고 제9대 국회의원 선거에 재도전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9·10·12·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2년 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만악의 근원은 지역주의···한국 정치 앞날 어두워"
 
박 변호사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정치 만악의 근원은 지역주의에 있다"고 일침했다. 박 변호사는 "국민의힘은 경상도당, 더불어민주당은 전라도당이 됐다. 수도권도 강북은 전라도, 강남은 경상도 출신 국회의원이 많지 않으냐. 국회가 지역 구도로 갈려 패거리화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한국 정치사에서 지역감정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짚었다. 박 변호사는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1963년 치른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 후보와 윤보선 후보가 대결했을 때도 경상도와 전라도 간 분화 현상이 전혀 없었고 이는 1967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박찬종 변호사가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힘·민주, 정당 민주화 수준 0점···국민, 3·1운동처럼 나서야"
 
박 변호사는 '정당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두 번째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정당 민주화 수준은 0점"이라며 "양당 모두 정당 해산 사유에 해당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 제8조 2항을 거론하며 "정당의 목적·조직과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당대표를 쫓아내고 대통령 의중을 따르는 대표를 세운 뒤 혁신위원회를 만든 것만 봐도 정당 민주화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오로지 이재명을 위한 정당이다. 민주당도 기껏 혁신위 만들어 놓고 조기 종료시켰다. 양당이 혁신위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자생적인 의사 결정 능력이 없고 민주적 운영이 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 정치가 당면한 문제들이 이른 시기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며 "국민들이 자각을 해야 한다.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도 양쪽 정당이 깔아 놓은 레일 위에서 선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천시스템 개혁'도 제시했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를 두고 공천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민주화가 멀었다는 증거"이라며 "국민의힘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은 이 대표가 결정하고 있다. 공천은 해당 지역구 주민과 책임 당원들이 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정당 민주화가 느린 이유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상적인 민주주의 모델로 영국과 미국 의회 성립 과정을 들었다. 박 변호사는 "영국 의회는 1215년 대헌장(마그나카르타) 이후 800년 동안 정당 민주화를 위해 왕권과 싸우고 명예혁명 등을 통해 정당 민주화를 쟁취했다"며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75년밖에 역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