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8개월 만에 카카오 경영 복귀한 김범수…강력한 쇄신안 내놓나

2023-11-07 16:26
본인 주도로 '경영쇄신위원회' 꾸려
파격적 대책 나올지에 주목
계열사 대표 변동 가능성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섬에 따라 카카오가 앞으로 얼마나 강력한 쇄신안을 발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센터장이 '책임경영'을 내세우며 전격 복귀한 만큼, 현재 처한 리스크 탈피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앞으로 김 센터장이 주도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해 카카오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김 센터장은 물론 카카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여해 계열사별 주요 현안과 미래 전략 등과 관련해 머리를 맞댄다.

김 센터장은 지난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하며 경영 뒷선으로 물러났다. 본인이 언급한 사퇴 이유는 신사업·해외 시장 개척이었다. 일본 등에서 글로벌 먹거리를 모색해 당시 카카오가 처했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타개하고자 한 것이다. 의장직을 내려놓기 전부터 이미 김 센터장은 자율경영을 기조로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이 각자 사업을 확대하고 있었다. 애초 카카오 자체가 여러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빠르게 키워 왔다는 점에서 자율경영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이 2년도 채 안돼 복귀하고 직접 경영쇄신 총대를 멘 것을 두고 자율경영 방침 실패를 인정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본사는 물론 계열사까지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 있다. 카카오는 올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SM엔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센터장과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물론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도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년째 불거졌던 가맹택시 수수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결국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자율경영 부작용은 꾸준히 나왔다. 지난해 초 카카오페이 고위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사태가 발생하자, 카카오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부재로 이런 일탈 행위를 미리 제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21년 '문어발 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도 계열사의 사업 영역 확장 과정에 그룹 차원 기준이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 센터장도 전날 열린 비상경영회의에서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존중했지만 앞으로는 창업자이자 대주주로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문제를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는 여기에 카카오 계열사들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까지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카카오가 '탈바꿈'을 위한 준비 작업을 분주하게 진행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쇄신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경영진 교체다. 내년 3~4월 카카오 계열사 절반에 가까운 77곳의 대표 임기가 끝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물론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나란히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이 실제 물러날지는 미지수지만, 카카오가 쇄신을 선언한 만큼 인적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카카오 문제 중 하나로 김 센터장이 기존에 잘 알던 인사를 계열사 고위 임원으로 중용하는 행태가 거론되는 만큼, 인적 변화는 쇄신의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창업자가 직접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일단 각종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새로운 관리체계(거버넌스)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