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LS그룹, 배전반 드라이브 속 '조용한 기념일'…매출 394% 껑충

2023-11-07 13:57
11일 창립일에도 'CEO 메시지'만…2030년 자산 50조 목표, 관건은 반도체

창립 20주년을 맞은 LS그룹이 ‘배(배터리)·전(전기차)·반(반도체)’ 사업에 속도를 낸다. 작년 취임한 구자은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서다. 전 계열사가 보유한 역량을 꺼내 들고, 배전반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작년 그룹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마지막 관건인 반도체까지 사업을 확장할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LS그룹은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앞서 2003년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구평회 E1 명예회장·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하면서 LS그룹을 세운 바 있다. 20주년에도 회사는 별다른 기념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임직원 대상 구자은 회장의 내부 메시지만 전달할 예정이다.
 
과거 계열분리 이후 LS그룹은 독자적 입지를 확보하며 재계 16위까지 올라섰다. 경영실적 역시 2003년 매출 7조3500억원, 영업이익 348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 36조3451억원, 영업이익 1조1988억원을 기록하며 큰 폭 성장했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94%, 244%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주력하는 신성장 동력은 배전반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 2030’ 목표를 내걸었다. 모든 계열사가 배전반 관련 사업을 하나씩 확장 및 지원하고 나선 이유다. 여기에 지주사인 ㈜LS는 LS 이링크(E-Link) 등 신설법인까지 세우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미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선 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배터리의 경우 LSMnM(황산니켈)부터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전구체)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보했다. 2026년 새만금 산단에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의 전구체 공장을 세우고, 초도 양산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LSMnM 역시 최근 온산제련소 인근에 5794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설비를 세우기로 했다.
 
전기차 관련해서도 작년 신설한 LS E-Link를 주축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및 운영 사업에 진출했다. 신설법인인 만큼 기존 계열사인 LS전선과 LS일렉트릭이 전력 엔지니어링 기술을 지원하고, E1이 가스 충전소 운영 역량을 제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미국 전선 계열사인 슈페리어에식스(SPSX)도 전기차 구동모터용 권선의 핵심 소재인 무산소동의 공급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고효율 권선을 만들며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반도체다. 아직 LS그룹 내에선 이렇다 할 반도체 관련 사업이 없다. 유일하게 LSMnM이 반도체 세척액의 원료인 고순도 황산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시너지를 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향후 자산 50조원 그룹 목표를 위해서는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보고 있다. 실제 ㈜LS만 해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4381억원에 달한다. 계열사까지 합하면 이를 한참 상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규모 M&A를 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반도체 제조 시장에 진입하는 건 현재 글로벌 상황에서 볼 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반도체도 분야나 그로 인해 만들어진 하위 수요들이 다양한 만큼 어떤 시장을 공략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LS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