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되는 건설사... 경기 침체에 원자재가 상승, 미분양까지 '첩첩산중'

2023-11-06 16:35
업계 "미분양 나지 않을 입지에 분양하는 것 외 뚜렷한 대책 없어"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건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3분기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가구에 육박하는 등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중소·중견 건설사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평가다. 악성 미분양은 건설사로서는 팔릴 만한 입지에 분양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도 마땅히 없는 터라 분양 실적 발목을 잡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GS건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0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보다 51.9% 감소한 실적을 보였고 DL이앤씨 역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9% 줄어든 영업이익 804억원을 거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20억원으로 집계돼 10.8% 감소했고, 대우건설은 7.4% 감소한 190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5% 하락한 영업이익 3030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두 자릿수 증가하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주요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건설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3% 증가한 7조6202억원, 영업이익이 59.7% 증가한 2455억원을 기록하며 건설업계 맏형으로서 자존심을 세웠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도 3분기에 주춤하긴 했어도, 올해 1~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매출 14조6320억원, 영업이익 8990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1~3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38.5%, 41.8%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으로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중견 건설사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1만건에 육박하는 악성 미분양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9513가구에 달한다.

무엇보다 악성 미분양 방지 대책이 뚜렷하게 없다는 것이 건설사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착공부터 준공에 이르기까지 평균 2~3년 걸리는 데다 향후 경기를 미리 예측해 수주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에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나지 않을 단지를 미리 선점해 수주를 하는 게 시공사로서는 최선의 대안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보통 3년 정도 공사를 하는데 3년 뒤를 예측하고 공사를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 수요 '유인책'으로 쓰이는 금융 혜택이 미분양 사태를 막는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 혜택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가 더 많기 때문에 금융 혜택이 주어진다고 해서 미분양을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동기가 되진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자율에 맡기되 규제 정상화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초보다 (준공 후 미분양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거래에 대한 규제를 정상화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소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