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고비 넘겼지만…합병까지 '산 넘어 산'

2023-11-02 18:19
'상처뿐인 합병' 아니냐는 반론도

3년간 이어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안에 찬성하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가 그동안 제기해온 '유럽 화물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한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9부 능선'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EU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도 남은 데다 화물사업을 매각할 기업조차 찾기 쉽지 않아 합병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아시아나 이사회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
2일 오전 시작된 두 번째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은 화물매각안이 포함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가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날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유일한 사내이사인 원유석 대표를 비롯해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사내이사였던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데 따라 출석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참석 이사 5명 가운데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에 착수한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11개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EU와 미국, 일본만 남은 상황이다.

그동안 EU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에 따른 '유럽 노선 경쟁 제한'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이번 결정으로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의 기업결합 승인 앞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합병까지 넘어야할 산 만만치 않아
다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포함한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이 즉각적인 EU 집행위의 승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화물사업을 살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수 기업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관련 부채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741%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은 올해 상반기 7795억원으로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3조원)의 3분의 1토막 났다. 한때 70%가 넘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의 비중은 현재 21.7%에 불과하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됐지만 티웨이항공은 인수 포기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로부터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는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이지만 EU가 화물사업 매각뿐 아니라 일부 슬롯 반납을 요구한 데다, 아직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이 또 다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화물사업 매각과 노선·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축소 등으로 오히려 '상처뿐인 합병'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 경쟁당국의 이번 최종 시정조치안 제출을 기점으로 빠른 시일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남아 있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속도를 내 내년 초 심사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