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쇼크 후폭풍] 미국 빚잔치에 뱁새된 韓...적자국채 발행여건 악화일로

2023-11-02 05:00
미 재무부 1일 국채 차환계획 발표…장기물 금리 최근 급등세
정부 국채이자 부담 눈덩이…기업 자금조달 환경도 악화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국채수익률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내년 적자 국채 발행을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늘려야 할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직결된 사안이라 이해 당사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288%로 전일 대비 0.037%포인트 하락했다. 3년물은 4.071%로 장을 마쳤다. 10년물은 지난달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운 후 계속 4%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움직임과 대동소이하다. 

지난 8월 미국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장기 국채 발행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뒤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 5%를 돌파한 뒤 최근까지도 4.8% 선에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상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재무부는 4분기 국채 발행 규모가 3분기(1조10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776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는 경계심이 여전하다. 미국 적자 상황을 감안할 때 국채 발행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2023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지난달 21일 기준 1조6950억 달러다. 재정 수입 감소와 고금리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고조되던 2021년 2조7800억 달러 이후 최대다. 

미국 국채 금리가 고공 행진 중인 가운데 발행량까지 늘면 채권 가격 추가 하락(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시중금리도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국채발 쇼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없이도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에만 세 차례 연 고점을 경신했다. 

내년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 정부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사안이다. 정부는 내년에 순발행 기준으로 158조8000억원 규모로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 본예산 대비 11조2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 가운데 세수 결손에 따른 적자 보전용 국채 발행은 81조8000억원으로 올해 45조8000억원 대비 2배 수준이다. 

올해 국채 이자로만 25조원가량 쓴 데 이어 내년에는 이자 지출로 27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평균 금리 4%를 가정해 산정한 금액이다. 내년 초에도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해야 한다. 기업 자금난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을 우려한 기업들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예금을 빼가는 모습도 포착된다.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로서는)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어 부담이 되겠지만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국고채 단기물 물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채나 회사채 등 금리 인상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