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외신 "리커창, 시진핑 충성파 아니었던 유일 최고 관료"

2023-10-27 09:51
'소외계층 위한 리더' 명성…베이징대 출신 엘리트 경제학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전 총리. [사진=AFP·연합뉴스]

27일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심장마비로 향년 68세로 사망했다.
 
로이터통신, BBC 등 외신은 리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을 잇달아 전하면서 “시진핑 충성파가 아니었던 유일 최고 관료였다”고 평했다.
 
BBC는 “리커창 전 총리는 은퇴할 때까지 중국 공산당에서 이인자였다”며 “그는 아무런 권력 기반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직에 올랐고, 한때 주석으로도 거론된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어 “임기 마지막에 리 전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충성파 그룹에 속하지 않은 유일한 현직 최고 관료였다”고 덧붙였다. 
 
리 전 총리는 2013년부터 10년간 시 주석 밑에서 일했으며 올해 3월 퇴임했다. 리 전 총리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원자바오 전 총리 아래에서 부총리로 일하면서 경제 발전과 거시경제 관리를 감독했다. 리 전 총리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선호하는 후계자로 간주됐으나,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2년 시진핑 현 주석을 주석으로 선택했다. 

리 전 총리는 실용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다. 빈부 격차를 줄이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경제 정책을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리더로서 명성을 쌓았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중국 국민 6억명 이상이 한  달에 140달러 미만의 소득을 벌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득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주석이 정치와 외교, 총리가 경제라는 역할 분담을 해왔다"며 "이 전 총리는 고도성장에서 안정형 경제로의 발전을 제창해 '리코노믹스'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리 전 총리가 은퇴하기 몇 년 전부터 최고 권력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BBC는 “경제학자였던 그는 중국 경제를 통솔하는 지휘권을 부여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 역할에서 제외됐다”고 짚었다. 로이터 역시 “베이징대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 경제학자였던 리 총리는 한때 공산당 최고지도자의 경쟁자로 여겨졌으나, 최근 몇 년간 시 주석에 의해 점점 (정치 일선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올해 초 리 총리가 정부 부처를 돌면서 고별 인사를 나누며 직원들의 환대를 받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유되기도 했으나, 해당 영상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받아 삭제됐다"고 전했다.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리 전 총리는 중국의 발전을 위해 정말로 노력했고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열린 대화를 촉진한 매우 열성적이고 열린 사람이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