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 원자재 가격에 실적도 냉탕·온탕..."배터리 재활용 통한 순환경제 구축 필요"

2023-10-25 17:47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가 국내 배터리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시장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으며, 4분기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요감소와 겹친 배터리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큰 위험요소로 분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원 빈국인 한국은 사용 후 배터리를 통한 '순환경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5일 하이투자증권이 조사한 한국 배터리 수출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리튬배터리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5% 감소했다.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 수출도 8%가 줄었으며, 동박과 분리막은 각각 18.9%, 7.8% 줄었다.

이 같은 시황을 보여주듯 포스코퓨처엠이 지난 24일 발표한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6% 감소한 371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 수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난해 고가에 매입한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저평가돼 수익률은 더욱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자재 중 하나인 니켈의 이달 평균 가격은 t(톤) 당 1만8327.06달러로 전년 동기(2만1935.71) 대비 16.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리튬 가격은 ㎏당 529.75위안에서 159.17위안으로 69.95% 줄었다.

지난 24일 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3 K-배터리 R&D 포럼'에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구축을 제시하면서 배터리 순환경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미국의 경우 기존 배터리 규제 법안을 2027년 폐지하기로 하고, 지난해 배터리 수거와 재활용을 위한 책임 있는 배터리 재활용법을 수립했다. 유럽에서는 현재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역외 수출을 금지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제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용후 배터리를 자원화하려는 글로벌 움직임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중고 전기차를 비롯한 배터리 반출을 최소화할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등록 말소된 전기차는 총 5800여 대로 이 중 87%에 해당하는 5100여 대가 수출됐다. 올해상반기에도 등록 말소된 차량 3200여 대 중 87%에 해당하는 2800여 대가 수출돼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2021년에도 총 등록말소 차량 3800여 대 중 90%인 약 3500대가 수출됐다.

강석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연구지원실장 "우리나라는 보조금을 지급해 배터리를 회수하는 체계가 마련됐지만 현재는 일몰된 상태"라며 "사용 후 배터리를 어떻게 회수할지, 회수한 배터리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지 등에 대해 여러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단편적이다. 제조부터 재사용까지 일괄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소재를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흑연(음극재의 주요 원료) 수출 금지 조치와 관련해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 폐배터리나 공정스크랩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존에는 흑연을 새로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었지만 대외 리스크와 관련해 음극재 재활용에 대한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또 마상복 SK에코플랜트 부사장은 "기업 입장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광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모든 것들이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며 "배터리 공급망 중에서 밑단에 있는 재활용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은 지난 24일 주 메종글래드에서 ‘2023 K-배터리 R&D 포럼’을 개막했다 .송준호 KETI 수석(왼쪽부터), 마상복 SK에코플랜트 부사장, 최성진 포엔 대표, 김한수 한양대 교수, 김성수 충남대 교수, 박재범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이정두 KEIT PD [사진=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