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4곳, 지난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낸다…한계기업 역대 최대
2023-10-25 12:00
한국은행,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통계 발표
지난해 국내 기업 수익과 안정성이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1년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커졌고 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등 한계기업 비중이 사상 최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91만206개(제조업 18만221개·비제조업 72만9985개)의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5.1%로 집계됐다. 매출액 증가율은 코로나 팬데믹 첫해였던 지난 2020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1년 전(17%)과 비교해 증가 폭은 한풀 꺾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14.6%, 15.4%로 전년(18.1%, 16.2%)보다 하락했다. 제조업종에서는 1차금속(36→11.9%), 전자·영상·통신장비(20.1→5%) 화학물질·제품(28.1→17.8%)의 매출 둔화세가 두드러진 반면 코크스·석유정제품(49.3→66.6%), 자동차(11.7→14.9%) 업종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과 친환경차 중심의 해외수출 증가 등으로 개선됐다. 조선·기타운수 분야(-5.2→12.6%)도 1년 새 흑자 전환했다.
이 기간 기업 수익 역시 뒷걸음질쳤다.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률(4.5%)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인해 전년(5.6%) 대비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이익률이 6.8%에서 5.7%로 낮아졌고 비제조업 이익률도 4.6%에서 3.6%로 주저앉았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수익성(7.0→5.2%)이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3.5%)은 3년 연속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전기가스의 경우 비용 상승이 가격 상승을 크게 웃돌면서 적자(-1.6→-11.1%)가 심화됐고 화학물질과 제품 역시 공급 증가와 수요 부진으로 인한 에틸렌 등 마진 하락이 수익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348.57%로 1년 전(487.9%)보다 큰 폭 하락했다. 구간별로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42.3%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46만8248곳(이자비용 없는 기업 제외) 중 19만8000여개 기업이 한 해 이익으로 금융기관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태라는 의미다.
한편 국내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122.3%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전년 말보다 1.1%포인트 상승한 31.3%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부채비율이 하락한 반면 비제조업은 상승했다. 이 팀장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영업손실 및 차입금 증가 등으로 전기가스업종의 부채비율이 183%대에서 269%로 급등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