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병원 찾아 '상경' 그만…국립대병원 강화·의대 정원 확대 추진
2023-10-19 16:12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비수도권, 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분야 진료 여건도 개선한다.
19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 발표로 의료 공백 해소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지만 의료계 반발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지역 의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 국립대병원 총 인건비와 교수 정원을 동시에 확대한다. 국립대병원에서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국립대병원 총 인건비 증가 폭은 연 1~2%, 증원 요청 승인율은 36.9%에 그쳤다. 따라서 우수한 인력이 민간·사립대병원으로 유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체적 인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입학생부터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계와 협의하면서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국민과 환자단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후한 국립대병원 중증‧응급 진료시설과 병상, 장비, 공공전문진료센터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투자도 확대한다.
의료 분쟁 발생 시 의료인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방안도 모색한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인력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서다.
특히 분만 중 의료진 과실 없이 발생한 의료사고는 전액 국가가 보상하고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 보건소로 이어지는 표준 협력모델도 확립할 예정이다.
지역 내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와 의뢰‧회송을 지원하는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시범사업’도 신설한다.
이번 혁신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교체한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과 지역‧필수의료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번 혁신전략은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시도가 무산된 지 3년 만에 나온 정책이다. 의사 증원을 요구해 왔던 시민단체는 기대를 표하면서도 세부적인 추진 전략 부재한 것을 우려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도 늘어난 의사들이 공공 분야 필수의료와 비수도권을 위한 인력으로 남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적 분야에 의무 복무하게 하는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에서 의료활동을 하는 비중도 높다고 해명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정부 차원에서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며 "한 연구에 따르면 지역에서 의대를 졸업한 후 수련의 과정을 마친 의사 중 85%가 지역에 남아 의료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과 달리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의사 수를 늘리기 전에 현재 활동 중인 의사를 지역별·진료과별로 재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는 현재와 같은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기인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반발로 의·정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2020년 의료계 파업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