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 "콘진원서 58억 들여 만든 게임, 제대로 동작 안 해"

2023-10-17 16:28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 열려…콘진원·게임위 등
김윤덕 의원, 콘진원서 만든 교육용 게임 지적 "거액 들였음에도 제대로 구동 안 돼"
게임위에 대해서는 "게임위 등급 심사로 인해 해외 게임 미공개 정보 유출"
적자 늪 빠진 국내 OTT업계에 대한 질의도 "넷플릭스 독점 심화, 큰 문제"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1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들의 감사가 진행됐다. 이날 의원들은 게임·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현안을 짚으며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에서는 우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세금 58억원을 들여 만든 교육용 게임에 대한 질타가 나왔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콘진원이 교육부와 협업해 교원 전용 디지털콘텐츠 플랫폼 '잇다'에 선보인 교육용 게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세금 58억원이 들어간 교육용 게임들이 현재 잇다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없고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콘진원에 따르면 현재 이들 교육용 게임의 총 접속 건수는 약 3000건 정도다. 게임 중에서는 실행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진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게임을 통과시켰다고 김윤덕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PC·모바일 등 디바이스에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음에도 게임을 시작하면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나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를 향한 질의도 이어졌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게임위의 등급 심사가 신작 게임들의 정보 유출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시행 중인 '블라인드 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비밀리에 진행하던 게임 개발이 게임위 때문에 공개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이런 해프닝들로 인해 결국 게임사와 게임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게임들은 한국 출시 전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데, 게임위가 등급분류 결과를 공지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작 게임들의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잇따랐다. 국내 게임사의 경우 심사 신청을 할 때 정보 공개 시기를 늦추는 것을 요청하는 '블라인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지만, 해당 서비스가 공식적인 제도는 아니다 보니 이를 잘 모르는 해외 게임사들의 신작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류 의원은 블라인드 서비스를 아예 제도화해 해외 게임사들이 이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영어로 안내를 하든 별도로 홍보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류 의원은 게임위 등급 분류 절차를 마친 게임물의 내용 수정 관련 부분도 지적했다. 게임위는 사행성과 선정성 방지 목적으로 게임사로부터 추후 신고를 받고 있는데, 신고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단순 게임 시나리오 오타나 글꼴·색상 변경 등의 자잘한 수정 내용까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일일이 분류해 신고하는 게임사에게나, 광범위한 내용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게임위에게나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규철 위원장은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됐는데,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법령이 개정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본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문체위 위원들은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허승 왓챠 이사에게 관련 질의를 했다. 허승 이사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콘텐츠 비용이 상승하면서 국내 OTT들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국내의 굉장히 높은 망 이용료나 인앱결제 수수료 같은 비용들도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OTT 플랫폼들이 자체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보급하는 관행이 넷플릭스 독점을 심화한다고 짚었다. 그는 "웨이브의 경우 자체 계열 제작사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웨이브와 넷플릭스에 공급하는데,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웨이브에서 콘텐츠를 시청한 비율은 10%밖에 안 된다"며 "넷플릭스 독점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국내 OTT업체들은 더욱 고사하게 되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허 이사는 "콘텐츠 제작 단가가 많이 상승하면서 국내 OTT 업체들이 제작비 회수를 위해서 넷플릭스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피한 사정"이라며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경우 독점 콘텐츠나 오리지널이 아니기 때문에, 만일 국내 경쟁 플랫폼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 국내 OTT에서도 K-콘텐츠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TT가 등장하면서 플랫폼의 IP 독점, 수익 배분 문제 등 각종 플랫폼 '갑질'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이사는 이와 관련해 "최근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OTT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해 지배력을 남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시장에서 다양한 플랫폼이 건전하게 경쟁하면서 서로 견제한다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일부 플랫폼의 문제로 시장 전체의 모든 사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사전 규제가 만들어진다면 국내 OTT나 중소 플랫폼 등 후발 주자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돼 오히려 시장 독점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창작자들이 콘텐츠 제작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창작자 보상 확대를 주장했다. 앞서 유 의원은 영상 저작물 저작자의 비례적이고 공정한 보상을 위한 보상금 제도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지난해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OTT업계의 반대 등으로 인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유 의원은 "정당한 보상을 도입하기 위해 저작권법을 개정하되, OTT사가 힘들다고 하면 시행을 유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승 이사는 "국내 창작자들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면서도 "법을 통한 일률적인 보상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