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號 고부가차·전기차 투 트랙…현대차, 글로벌 톱3 역사 쓰다

2023-10-10 05:00
올해 548만대 판매…목표 73% 달성
제네시스 100만대 돌파…美 시장 탄력
전기차 판로 확대·SW 투자 필요성도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년을 맞는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자동차 판매 3위에 오르고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는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진 품질경영과 고부가차 중심의 신차 판매, 적극적인 마케팅이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국가의 전기차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판매가 여전히 난항을 겪는 점은 위협 요소다. 미래차 시대에 핵심이 될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에서 투자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3위 업체 도약…올해 매출 2배 늘을 듯

9일 현대차·기아의 IR 자료에 따르면 양사의 올해 1~9월 글로벌 판매량은 548만1073대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이는 올해 판매 목표치(752만대)의 73%를 달성한 수준이다. 

성수기인 4분기에 판매가 확대되면 올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전 세계 판매량 10위였고 2010년 이후 12년간 5위에 머물렀다. 정 회장 취임 전인 2020년 판매량은 635만1569대였으나 지난해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도요타(1048만3000대), 폭스바겐(848만1000대)에 이어 사상 첫 톱3 반열에 올랐다. 취임 2년 만에 그룹 순위가 2단계 뛰어오른 셈이다. 

정 회장이 직접 설계와 개발 등을 담당한 E-GMP 전동화차와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판매량·수익성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 난으로 생산량이 줄자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생산·판매를 집중했고 그 결과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의 RV 판매 비중은 2015년 38.6%에서 8년 만에 2배 확대됐다. 판매 모델도 2015년 투싼·싼타페·쏘울 등 6종에서 아이오닉5·EV6·제네시스 GV6 등 18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정 회장이 초기 기획부터 인재 영입, 조직 개편을 맡은 제네시스는 브랜드 론칭 7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대형 세단 G80과 플래그십 세단 G90에 그쳤던 제품군은 엔트리 세단 G70과 SUV GV, 순수 전기차 GV60 등 6개로 늘어나며 현대차그룹의 판매는 물론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전략에 가장 탄력을 받은 곳은 미국 시장이다. 현대차·기아의 올 1~9월 누적 미국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25만482대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 5위에 오른 현대차·기아는 올해 스텔란티스까지 제치고 4위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정 회장이 지난 3년간 매진해온 전동화 성과도 뚜렷하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총 2만5701대의 친환경차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의 경우 1년 새 판매량이 183%나 급증했다. 신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아이오닉5를 현지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업체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초급속 충전 시스템, V2L 개발을 직접 챙기며 현재의 글로벌 톱티어 전기차업체로의 도약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는 올해 연간 매출 260조8744억원, 영업이익 26조62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 회장의 취임 전인 2020년보다 매출이 60%, 영업이익은 449% 급증한 수준이다. 

◆전기차 장벽·중국 시장 부활·SW 개발은 숙제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무역장벽 세우기 작업에 돌입하면서 국내 전기차의 수출 판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이오닉 5·6, EV6, EV9 등 유럽 현지 전기차 수요는 대부분 수출로 대응하고 있어 판매 전략 수정 없이는 점유율 추가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점유율이 1.7%로 쪼그라든 중국 시장에서도 활로를 찾아야 한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44% 이상으로 확대되며 현대차그룹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내놓은 신차는 부분변경 모델이나 신규 트림을 추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중저가의 현지 전략 전기차 모델을 내놓고 새판짜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가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원가 절감도 시급해졌다. 르노그룹과 폭스바겐, 벤츠는 당장 내년부터 3000만원대 중후반 소형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노조와 합의를 이뤄가며 공장의 디지털화 전환, 전용 공장 구축에 나서는 것이 중요해졌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점도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지만 차에 적용되는 소프트웨어, 전자제어장비가 늘며 결함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60, 기아 EV6 등 주요 전기차 13만대는 통합충전제어장치(ICCU) 이상에 따른 동력 상실 우려로 무상수리 대상에 올랐다. 최근 출시된 EV9도 소프트웨어 상의 오류로 주행 중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 공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