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피크아웃 우려에 맞선 현대차, 1조원 자사주 매수로 '밸류업' 재가동

2024-11-27 18:00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가 향후 3개월 동안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상반기 3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피크아웃(경기 정점 후 둔화)에 우려로 최근 33% 이상 하락하자 주주 가치 제고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466만5777주(보통주 390만6454주·기타주 75만9323주)를 약 1조원에 매입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주식은 총발행주식의 1.7%로, 취득 예정 금액은 1조원이다. 주주가치 제고 목적 7000억원, 주식 기준 보상 30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취득 기간은 오는 28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로 위탁기관인 현대차증권을 통해 장내 매입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날 현대차가 발표한 자사주 매입은 주식을 팔았던 기업이 이를 되사는 경우를 말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고, 주당순이익이 높아져 주가가 상승한다. 그 결과 주주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현대차는 자사주 취득 목적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6월 28일 29만95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줄 곧 하락해 지난 13일 기준 19만9900원으로 33.4% 하락했다. 

현대차가 주주 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주가 방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캐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전쟁 예고로 피크아웃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을 예고하자 멕시코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영향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차의 적극적인 밸류업으로 주가에는 당분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견조한 하이브리드(HEV),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량과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지지부진한 주가의 든든한 버티목이 될 것이란 게 증권업계 반응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부과, 글로벌 경기침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세티브 상승으로 자동차 시장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현대차는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가격 경쟁력과 제품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브랜드"라면서 "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확실하고, 여기에 강력한 주주환원 강화 기조가 현대차 주가에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