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임산부 익명 출산 가능"···'보호출산제' 국회 통과

2023-10-06 18:04
출생통보제와 함께 내년 7월부터 시행

위기 임신·보호 출산 지원 특별법 관련 브리핑을 하는 이기일 복지부 1차관. [사진=연합뉴스]
 
‘보호출산제’ 법안이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위기 임산부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가능해졌다. 위험한 병원 밖 출산과 ‘유령아동’의 비극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영아유기를 막겠다는 보호출산제가 오히려 유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위기 임산부를 지원하고 보호출산을 제도화하기 위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이날 밝혔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을 숨기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병원 밖에서 출산하거나 아기를 유기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임신부·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아이가 유기·살해되는 상황을 막는 게 목적이다.

다만 복지부는 우선적으로 임산부가 직접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출생통보제가 병원 밖 출산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 나와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호출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에 앞서 임산부가 직접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임산부를 위한 지역 상담기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위기 임산부는 지역 상담기관에서 출산 후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상담, 정보 제공 및 서비스 연계를 받을 수 있다. 지역 상담기관은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 연계도 추진한다. 지역 상담기관을 지원하는 중앙 상담지원기관 역시 설치된다.

지역 상담기관은 이 같은 절차에도 불구하고 보호출산을 원하는 임산부가 있는 경우 보호출산 절차와 법적 효력, 자녀의 알 권리 등에 대해 다시 상담하고 보호출산 신청을 받는다.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관리번호가 생성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위기임산부들이 체계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떤 임산부라도 안전하게 병원에서 출산하는 길이 열려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보호출산제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함께 내년 7월 19일에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가 먼저 지난 6월 말 국회를 통과했다. 출생통보제 통과로 미신고 아동을 줄일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이뤄졌고, 이날 보호출산제 국회 통과로 두 제도가 내년 7월 19일 동시에 시행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