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년 1월 중처법 확대 적용…노무사가 산재예방 앞장서야"
2023-10-03 10:58
이황구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공인노무사회 회관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밝혔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건설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인 기업에만 적용되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확대 적용된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처벌 대상이 된다.
중대재해 10건 중 6건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예방조치는 미비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2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기업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79명으로 전체 289명의 61.9%에 달했다. 이 회장은 "공인노무사회는 위험성 평가와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 소규모 사업장 중대재해 예방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공인노무사법 시행령 개정을 이끌어 내 노무사가 중대재해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게 이 회장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를 오는 12월 마치는 임기 내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지난해 7월 시행령 개정 이후 소규모 사업장 지원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센터를 설치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센터에서 산업안전보건분야·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매뉴얼을 출간했다. 회원 노무사들을 중대재해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위험성 평가와 중처법 직무 교육을 지금까지 각 10여 차례 이상 실시해왔다.
그 결과 올해 기준 노무사 196명이 위험성 평가 전문가로 양성됐다. 1868개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 위험성 평가 컨설팅을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공인노무사회는 사용자인 소규모 사업자에게 안정적 경영환경을 확보해주고 동시에 근로자에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위험성 평가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관련해서는 '산업안전 자율점검'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노무사들의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고용부에 관련 예산 배정이 충분히 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인노무사회는 노무사들이 이러한 영역에서 5000여명 가까이 활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인원도 3000여명 정도 된다. 제도가 보완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지점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개별 분쟁 증가 추세에 따라 역할 확대를 추진 중이다. 노무사회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노동위원회 관할 사건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개별 분쟁을 다루기 위해 직장내성희롱·직장내괴롭힘·근로자성 판정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현재는 직장내성희롱, 직장내괴롭힘, 근로자성 판정은 피해 근로자가 노동위가 아니라 바로 노동청으로 가게 돼 있다. 근로감독관 업무가 가중되고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위원회를 설치하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문가인 노동위 위원들이 참여해 판정할 수 있다. 특히 임금체불 사건도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노동위에서 다룰 수 있게 임금체불 판정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영세사업주와 근로자에게도 보탬이 될 것이다."
-대안적 분쟁해결(ADR)이 확대돼야 하고, 확대시 공인노무사 업역도 커질 수 있다는데.
"판정은 승패가 있는 싸움이고, 패배한 사람에게 쉽게 잊기 어려운 충격을 준다. 반면 협상·화해·조정·중재 등 ADR은 양 당사자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건전한 노사관계가 성립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일본, 독일,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조정으로 개별분쟁을 해결하는 추세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동위 접수 사건 폭증이 전망된다. 지금보다 3~5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 많은 사건을 현재 노동위 인력으로는 모두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인노무사회는 20년 가까이 조정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면서 전문가들을 육성해왔다. 노동위 공익위원으로 노무사들이 많이 위촉됐으면 좋겠다."
-노동위 공익위원 중 상근위원이 부족해 판정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심판 담당 공익위원은 교수 또는 변호사를 위촉하고 있는데, 노동법 전공 교수와 노동전문 변호사 인력풀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심판사건 판정을 담당하는 공익위원에 노동법 전문가를 위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 법률전공이 아닌 분이 주심을 담당하기도 해 심판 진행이 매끄럽지 않고, 최신 판례와 배치되는 판정이 나오기도 한다.
노동위 공익위원으로 노무사들이 위촉되면 개선될 수 있다. 노무사들은 노동위 심판사건에 많이 참여해 절차진행에 대한 경험이 많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 노동관계법령과 최신 판례경향에도 지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행정사가 사용자 위임을 받아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대리하고 거부를 주도한 사건이 있었다.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교섭에 나섰는데, 행정사가 단체교섭을 대리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7월 단체교섭이 결렬됐고,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 사건으로 해당 교사들은 큰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사용자인 어린이집 원장과 근로자인 교사들 간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행정사·경영지도사가 단체교섭에 개입해 노조에 불리하게 교섭을 끌어갔던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노무사가 아닌 자격사들이 노무사 직역 사건을 맡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노무사가 아닌 자격사들은 노동권이나 가족 생존권보다 이익대립으로 접근해 갈등을 격화시키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행정사들이 행정경력을 내세우며 사용자에 접근해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성은 부족한데, 공무원으로 일하며 쌓아둔 인맥으로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다고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인노무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은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를 규정한다. 다만, 단서에 '다른 법률로 정한 경우에는 허용한다'고 해 다른 자격사와의 직역 간 다툼을 조장하는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다. 공인노무사회는 이 단서조항을 개정해 자격 없는 자가 수행해서는 안 되는 노무사 직역을 명확히 하려고 한다."
△1962년 충북 청주 △고려대 법학과 졸업 △근로복지공단 고객권익보호담당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 위원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인사위원 △대한상공회의소 상담 자문위원 △서울시설공단 인사위원 △서울북부지방법원 조정위원 △도봉문화재단 인사위원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 판정서 평가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교육부 제3기 시민감사관 △사단법인 코리아남북교류연합회 통일노동사회포럼 회장 △한국인사관리학회 산학협동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갈등해결센터 전문위원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지정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