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없는 가계대출] 사상 최대 연거푸 경신…은행서만 1075兆

2023-09-13 15:53

[사진=연합뉴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은행권에서 늘어난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모는 각각 2년 1개월,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13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조9000억원 증가한 1075조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늘어난 것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가 이끌었다.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827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원 증가했다.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주담대 잔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주택시장에 활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3만4000호 규모였던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월에 3만7000호로 늘었고 6월에도 3만6000호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을 계약하고 주담대를 실행할 때까지 시차를 2~3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며 “올해 5~6월 거래량이 늘어났을 당시 발생한 자금 수요가 최근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급증하면서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이 규제를 시사한 점도 ‘막차 수요’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는 기본적으로 주택경기 영향이 크다”면서도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 등 차주 입장에서 우호적인 상품이 증가세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7000억원 감소했다. 신협·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서 1조5000억원, 저축은행에서 1000억원 줄었다. 카드업권 등 여신전문금융사, 보험업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6000억원, 3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이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7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월 대비 소폭 줄었고, 명절로 인해 은행 영업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 관행을 유도하고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등을 통해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추진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장기 가계대출과 관련해 전 계약 기간에 걸친 상환능력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간을 단축하는 규제를 즉시 도입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의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8조2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이 우량 기업 운전·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2조9000억원 늘고 중소기업 대출도 은행들의 기업금융 경쟁 심화로 인해 5조2000억원 확대됐다.

이 기간 회사채는 1조1000억원 순상환됐다. 최근 기업들이 채권보다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 조달하는 자금과 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를 합친 전체적인 기업 자금조달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보다는 둔화됐다”며 “은행이 기업금융 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이 중소기업 대출규모 확대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