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없지만, 그 위에 안장을 얹어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람들에게 이롭게 쓰일 수 있도록 혁신의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이 AI의 발전으로 변화할 미래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앞으로 발전할 AI에 의한 사회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기존 인류와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AI를 혁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날에 이어 7일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3 GGGF)'에서 손 원장을 비롯해 정부와 재계, 학계 관계자들은 AI의 발전을 규제하기보다 우리가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손 원장은 이날 특별 오찬강연을 통해 "한국은 AI와 밀접한 로봇이 발전한 나라"라며 "지난해 기준 종업원 1만명당 로봇 밀도가 1000대로 세계 1위, 로봇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제조업 분야가 발전한 덕"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그는 한국은 AI의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이 같은 AI 혁신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권에서 AI를 간편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전문인력 고용, 자금 마련, 필요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위원은 "AI를 이미 도입한 기업도 관련 투자·지출·활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수의 미도입 기업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애로사항을 해소해주는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AI 도입으로 다양한 변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계식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연구위원은 생성형 AI 시대 도래에 맞춰 반도체 산업이 적응을 서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해영 현대자동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소프트웨어(SW) 분야라고 꼽았다. 기존의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AI 도입으로 '도로 위의 스마트폰'이라고 재정의될 정도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의 발전으로 미래산업이 재정비 되고 있다는 관측도 많았다.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는 최근 위성영상에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국방 안보부터 경제·금융, 재난·재해, 기후 예측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뿐 아니라 일자리와 금융·소비 생활 등 일상의 영역에서 AI 혁신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진현 우리은행 DI추진본부장은 금융권은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며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최승철 사람인 HR연구소장은 기획 업무에서 AI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기획보다 실제 변화를 이끄는 실행담당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강연을 통해 "정부가 AI를 규제한다면 그동안의 성과나 연구는 국경을 넘어 다른 곳으로 떠나간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기술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AI를 활용하는 기술 민주화가 정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