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암울한 백화점, 유커 호재에 웃는 면세점

2023-08-15 16:05
백화점 3사 2분기 영업이익 두 자리수 감소 이어져
면세점 4사 영업이익 흑자전환 잇따르며 회복세
하반기 유커 활성화에 면세점업계 기대감 증폭

13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복소비가 사라지면서 백화점과 면세점의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소비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백화점이 고전한 반면 해외여행 증가로 수혜를 입은 면세점은 긴 불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15일 아주경제가 분석한 2분기 실적에서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가 일제히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면세점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는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3분기 이후 백화점과 면세점의 실적 대비는 더욱 극명해질 전망이다. 

면세점은 3분기부터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한국 여행 재개가 본격화되는 만큼 2분기의 실적 개선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백화점은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팬데믹기간 명품과 리빙 부문에서 보복 소비가 엔데믹과 함께 사라지며 3분기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올 6월 0.9%에 그쳤다. 

올 2분기 주요 백화점의 영업이익은 롯데백화점이 -36.9%, 신세계백화점 -23.9%, 현대백화점 -27.3%로 전년 동기 대비 역신장했다. 

일반 고객은 물론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백화점 VIP 고객 매출도 줄었다. 해외여행이 재개됨에 따라 백화점 VIP들의 점포 방문 빈도가 줄어든 탓이다.

반면 면세점업계는 해외여행 재개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면세점 4사의 영업이익을 보면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은 192% 증가한 4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신세계면세점은 40.1% 상승한 402억원을 기록했다.

따이궁(중국 보따리상)에 지불하던 송객 수수료율을 낮추고 동남아 등 해외 단체 관광객과 개별 여행객(FIT) 점유율이 확대된 결과다. 

하반기에는 면세점업계의 회복세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이후 6년여 만에 단체여행 금지를 해제했다. 이에 면세점업계는 유커가 선호하는 상품을 확대하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백화점업계는 하반기 실적반등을 위해 '점포 리뉴얼' 전략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점포 리뉴얼은 영업일수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3분기 단기 실적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백화점들이 리뉴얼을 통해 4분기와 내년을 준비하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업계는 따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서 하반기 실적 전망은 더욱 긍정적일 것"이라며 "백화점업계는 하반기 소비 심리 지수 회복을 기대하며 점포 리뉴얼과 팝업 등 모객 요소를 늘리고 하반기 명절과 크리스마스 등 유통 대목을 겨냥한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