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사이먼 데일 어도비코리아 사장 "韓 생성 AI 도입 빨라… 창작·기업 수요 공략"

2023-08-14 04:30
콘텐츠 창작→마케팅·세일즈 솔루션으로 영토 확장
데이터 플랫폼 중심 이커머스·옴니채널 시장 공략
빅데이터 분석 넘어 '센세이' AI로 의사결정 최적화
미디어 창작자 위한 생성 AI '파이어플라이' 선보여
생성 AI 분야 MS·구글 등 협력…"확장 가능성 있다"

사이먼 데일(Simon Dale) 어도비코리아 사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진·영상 편집도구 선도 업체 어도비가 인공지능(AI) 기술로 전 세계 기업의 디지털 창작과 세일즈·마케팅 업무 솔루션 시장 입지 확대에 나섰다. 최근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생성(generative) AI 솔루션으로 포토샵·애크로뱃 등 애플리케이션과 통합한 창작자용 생성 AI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선보였고, 기존 기업용 AI인 센세이(Sensei)를 비즈니스 실무자를 겨냥해 고도화한 ‘센세이 GenAI’를 제공한다. 아주경제는 한국과 동남아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사이먼 데일 어도비코리아 사장과 생성 AI 관련 시장 전략, 본사의 비전을 주제로 독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미국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개발한 기술을 제공하는 데 우선 주력하되, 발전이 빠른 아시아 지역 내 생성 AI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데일 사장과 주고받은 일문일답 내용.

-어도비는 기업과 전문 창작자를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혁신 디지털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사업 영역, 국내 주요 고객사를 통해 전반적인 사업 분야를 알려 달라.

“어도비가 가장 잘 알려진 사업 영역은 말씀한 대로 지난 40년간 지속해 온 디지털 콘텐츠 개발 기술 분야다. 시각(visual) 콘텐츠 영역에서 사진은 포토샵, 영상은 프리미어 프로 등을 제공해 왔다. PDF 형식 디지털 문서를 만드는 애크로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10년 사이 바뀐 점이 있는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한국 기업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이커머스’, 또는 ‘옴니채널’ 등으로 표현되는 핵심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과거엔 개인과 기업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지원했다면, 이제 포괄적인 ‘디지털 경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옮겼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진에어’와 ‘에버랜드’ 같은 기업의 디지털 경험 개선 전략을 돕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도큐먼트 클라우드’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등을 제공한다.”

-어도비 AI가 기업 환경에 어떤 역할을 할지, 산업계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싶다.

“우리는 ‘다이렉트 투 컨슈머(Direct to Consumer)’ 전략을 전개하면서 디지털 경험을 잘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리포팅에 필요한 데이터 중요성을 파악하고, 숙련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 조직(CoE)을 구축해 데이터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조직을 ‘빅데이터 CoE’로 발전시켜 첨단 기술로 데이터 활용·분석 방법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10년대부터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고 최신 기술과 방법론을 활용해 우리 기술을 고도화해 센세이 AI 플랫폼을 선보이게 됐다. 지금 우리가 보유한 AI 브랜드는 크게 '센세이'와 '파이어플라이' 두 가지다. 파이어플라이는 이미지와 동영상 등 미디어 데이터에 활용하는 생성 AI 기술을 제공한다. 센세이는 일반 기업 비즈니스 영역의 ‘정형(structured) 데이터’에서 패턴을 읽고 경영진과 부서장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여기에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는 기술이 추가됐다. 이는 대규모 이메일 마케팅 활동을 가속화하고 웹사이트 구축과 수익화 작업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한다. 파이어플라이는 새로운 판촉용 웹사이트 구축 시 필요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센세이는 그렇게 만든 이미지를 어떤 방문자 기기에 맞춰 배치할지, 그 이미지 아래에 무슨 마케팅 문구를 쓸지, 이 웹사이트를 소개하는 이메일 마케팅을 언제 집행해야 할지 판단케 한다.”

-어도비는 어떤 생성 AI 기술을 제공하는지, 이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 사용자는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존 어도비 AI도 상당 시간 포토샵이나 다른 도구에 활용돼 왔다는 점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사진 편집 작업 중 배경을 제거하는 기능을 과거엔 모두 수작업으로 했는데 센세이 AI를 통해 클릭 한 번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촬영한 사진의 시간대를 낮이나 밤으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디어 창작 담당자에게 이는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주는 기술이다. 모두 AI와 머신러닝 기술로 가치를 제공하는 사례인데, 이미지뿐 아니라 영상 등 콘텐츠 창작과 편집에 많이 쓰인다. 최근 새로 선보인 생성 AI 기술은 일반 텍스트 명령을 입력해 디지털 이미지·서체(폰트)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기존 AI 기술과 다르다. 파이어플라이의 미디어 생성 기술을 ‘어도비 익스프레스’에 적용한 것으로,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이다. 조만간 정식 버전으로 출시된다. 정식 버전 사용자는 어도비의 생성 AI 기술이 어떤 유형의 콘텐츠에 더 필요하고 유용한지 의견을 줄 것이고, 이후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먼 데일(Simon Dale) 어도비코리아 사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미디어 창작 외 어도비 제품군에 생성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나.

“(PDF 문서를 다루는 애크로뱃 등 다양한 솔루션에) 생성 AI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 도큐먼트 클라우드 쪽에 생성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생성 AI 활용 로드맵을 갖고 있는 것은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 쪽이다. 앞서 얘기한 의사결정 지원 도구의 연장선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마케팅과 세일즈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고객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치면, 이들 성향 분류 작업은 부담이 큰 일이다. 과거에는 애널리스트가 맞춤 응대를 위해 이들을 분류하고 그룹화했는데, 이제 그 역할을 센세이가 한다. 익스피리언스 클라우드에서 생성 AI를 적용한 센세이 GenAI 기능이 ‘어도비 애널리틱스’나 ‘리얼타임 CDP’에 적용돼 있다. 우리는 파이어플라이와 어도비 센세이 생성 AI 기술로 기업 디지털 마케팅·세일즈 역량을 높여 고객 관여(engagement)를 강화하는 사업에 집중한다.”

-한국과 동남아 각국의 디지털 기술 수용도 편차는 생성 AI 확산에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까.

“사실 (생성 AI 기술 확산 추세로 보면) 한국은 꽤 앞서 있는 편이다. 한국의 기술 이해도가 높기도 하지만, 한국 기업이 생성 AI와 같은 기회 요소에 다른 나라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남아 지역의 기술 생태계는 전체적인 시장 역학이 다르다. 여기는 소비자 대상(B2C), 이커머스 분야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고, (기업 솔루션 시장에 도전하는) 네이버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카카오와 비슷하게 B2C 분야에 집중하는 기업이 있지만, 그 비즈니스 규모에 차이가 있다. 오히려 AI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국에는 삼성·현대·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지만 동남아 지역은 타깃 시장이 지역 안에 국한된다.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진한 한국에서 생성 AI 도입 흐름이 더 앞서는 것 아닐까.”

-초거대 AI 모델 학습 시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관행 때문에 저작권 분쟁 위험이 커졌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어도비가 센세이 AI 학습을 위해 구축한 빅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기반 데이터는 모두 자체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파이어플라이 생성 AI 학습용으로 사용한 외부 데이터도 어도비가 자체 구축하거나 저작권자와 계약해 사용 권리를 확보했다. 이렇게 법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한 데이터를 사용해 생성 AI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어도비는 다른 테크 기업과 차별화한다. 어도비 제품을 활용해 창작하면 사용자는 법적인 문제에서 자유롭다. 고객이 웹사이트에 파이어플라이 생성 AI를 사용한 창작물을 사용했다면 생성 AI 모델 학습에 활용한 미디어와 콘텐츠가 법률적 위험 없이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생성 AI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협력하고 있는데, 어떤 목적인가.

“구글과 AI 챗봇 ‘바드(Bard)’ 관련 협력은 파이어플라이와 관련된 것이다. 어도비에 필요한 것이라기보다, 구글 쪽에서 어도비와 손잡는 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라고 본다. 구글이 이미지 생성 AI 기술을 개발하면서 잠재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본다. 어도비와 MS의 파트너십은 그보다 좀 더 오래됐다. 어도비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이 MS 애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되고, 애저 기반 AI·머신러닝 기술이 어도비 AI 솔루션에 많이 쓰였다. 파이어플라이와 센세이 AI 기술을 구축하고 제공하는 과정에도 애저 클라우드 인프라의 도움을 받았다.”

-어도비가 네이버나 엔씨소프트 같은 한국 회사 생성 AI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은.

“어도비 전략을 볼 때 우리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으로) 직접 제공할 솔루션이 있고,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공략할 시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지금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제공하는 상황이고, 앞으로 우리가 자체 역량으로 채울 수 없는 고객 요구가 크다고 판단할 때 파트너십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은 우리가 기업 세일즈·마케팅 업무에 해당하는 시장 영역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
 
어도비 포토샵에 시범 제공되고 있는 'Generative Fill(생성형 채우기)' 기능 예시. 사이먼 데일 어도비코리아 사장과 인터뷰한 원본 사진(위)을 포토샵으로 열고 '화분을 치워줘(remove the plants)', '물병을 컵으로 바꿔 줘(Change the bottle to a cup)' 등 텍스트 명령어를 입력해 편집한 결과(아래).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