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정부 행사 사회자로 나선 AI 휴먼…유튜버 활동도 활발

2023-12-18 05:00
지난 15일 'AEO 기업의 날' 행사서 AI 박은보 사회
올해 광복절엔 독립운동가 AI 구현 모습도 공개돼
KT 가상인간 제작 서비스 출시…SKT는 온마인드와 협업
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 AI휴먼도 방송·광고 등 데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3 AEO 기업의 날' 행사에서 초반 사회자로 나선 인공지능(AI) 박은보 아나운서[사진=이스트소프트]

인공지능(AI) 가상인간이 민간뿐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22년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가상인간이 국내 선거운동에 투입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면서 공공 분야 도입을 위한 물꼬를 텄다. 최근에는 정부기관 주최 행사에서 초반 사회를 보는 등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공공 분야에도 '쏙'

17일 업계에 따르면 AI 가상인간은 지난주 정부기관이 주최한 행사에 사회자로 나서며 공식 데뷔했다. 지난 15일 관세청·한국AEO(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진흥협회가 진행한 '2023 AEO 기업의 날 행사'에서 AI 아나운서가 개회식 사회를 맡았다. 국내 AI 서비스 업체 이스트소프트가 실존하는 박은보 아나운서를 본떠 만든 AI 가상인간이었다.

총 2부로 구성된 행사에서 AI 박은보는 1부 'AEO 기업의 날 선포' 세션을 맡았다. 약 한 시간 동안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 400여 명 앞에서 개회식 안내와 행사 설명, 축하 영상·축사 소개 등을 이어갔다. 기존 AI와 달리 자연스러운 말투와 표정, 시선 처리 등이 눈에 띄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에 쓰인 AI 윤석열[사진=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AI 가상인간은 공공 영역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영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선관위가 발표한 '딥페이크 영상 관련 법규 운용 기준'에 따라서다. 딥페이크 영상임을 표시하고 특정 후보자 당락을 목적으로 허위사실 공표나 비방을 하지 않으면 후보 목소리와 얼굴을 합성한 영상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이에 작년 대선에서 선거 캠프가 AI 윤석열·이재명 등을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딥페이크란 심층학습(deep learning)과 가짜(fake)를 합성한 말로 AI를 이용해 인물 모습이나 목소리를 합성하는 영상 제작 기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해 10월 AI 업체 펄스나인과 함께 아리랑TV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코드네임 부산'에 디지털 휴먼을 선보였다. 오디션 참가자는 펄스나인의 실시간 얼굴 합성기술로 디지털 휴먼 K-팝 아이돌 '이터니티' 가상인물로 변신해 생방송 오디션에 참여했다.

다만 공공 부문 행사나 방송에 AI 도입 지속성을 이끌어내는 건 숙제로 남는다. AI 가상인간은 모니터 안에서만 역할을 해 현장감이 떨어지고 대담 등 의사 소통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아직 역량이 부족해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AEO 기업의 날 행사에서도 주요 진행은 실제 아나운서 몫이었다.

정부는 관련 국내 기술 업체를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과기정통부가 지난 15일 개최한 '4차 미디어 테크 오픈랩' 행사에서 "AI·디지털 기반 핵심 기술을 발전시키고 내년부터 시각효과(VFX), 버추얼 스튜디오, 디지털 휴먼 등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도록 본격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브레인AI가 올해 8월 서울 강남역 인근의 미디어폴에서 10일간 선보인 AI 윤봉길 관련 광고 캠페인[사진=딥브레인AI]

◆독립운동가 생전 모습도 생생하게

올해 광복절에는 국내 업체 딥브레인AI가 AI 휴먼으로 구현한 윤봉길 의사를 서울 강남역 일대 미디어폴과 전광판에 선보였다. CJ CGV·키노톤코리아와 협력했다. 한인 애국단 선서문 등 시나리오를 기획해 더 생동감 넘치는 영상 캠페인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딥브레인AI에 따르면 이번 AI 윤봉길 의사 구현을 위해 흑백사진 한 장을 활용했다. 윤 의사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을 고화질로 복원한 뒤 컬러로 변환하고 얼굴 데이터를 추출해 딥러닝 학습을 진행했다. 이후 립싱크 기술로 자연스러운 입 모양과 몸짓 등을 만들어냈다.

앞서 딥브레인AI는 AI 영상 합성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가를 복원해 재조명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2021년에는 광복절을 기념해 특별 제작된 KBS 1TV 다큐멘터리 '옥바라지, 그녀들의 독립운동'에 기술을 지원해 독립운동가 김태규 등 사진으로만 남겨진 독립운동가 모습에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과 움직임 구현을 지원했다.
 
독립운동가 AI 휴먼 구현 이미지. (위에서 부터)독립운동가 유관순·윤봉길·남궁억의 모습[사진=이스트소프트]

이스트소프트는 올해 8월 15일 방영한 KBS 광복절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 AI 휴먼 기술을 지원했다. 이스트소프트가 재현한 AI 가상인간은 유관순·윤봉길·남궁억 등 독립운동가 3인이다. 독립운동가 사진을 AI가 학습해 다양한 표정과 미세한 움직임을 유추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제작했다.

이를 위해 이스트소프트는 정보량이 적은 기존 이미지에서 AI가 학습할 수 있는 정제된 데이터를 추출해냈다. 이후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얼굴의 특징점을 탐지하도록 AI에 학습시켰다. 학습 과정을 거친 AI로 눈·코·입 등 세부 영역 이미지를 생성하며 여러 표정과 움직임을 만들었다. AI 휴먼으로 구현된 해당 3인 독립운동가는 각 음성으로 발화하면서 다큐멘터리 내에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휴먼 기술이 독립의사들의 희생·헌신을 알리는 등 역사 가치를 높이는 데 쓰인 의미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 이 기술이 공공 분야 서비스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AI 유튜버, 직접 만든다

KT는 지난달 15일 가상인간이 등장하는 동영상 제작을 지원하는 'AI 휴먼 스튜디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복잡한 촬영이나 편집 과정 없이 생성AI 기술이 만든 AI 휴먼 모델·목소리를 선택하고, 텍스트를 입력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돕는다.

이는 KT가 지난 2월부터 생성AI 기업 씨앤에이아이(CN AI)와 기술 협력을 통해 추진한 것이다. 씨앤에이아이는 KT AI 얼라이언스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KT가 제공하는 AI 휴먼 모델은 실존 인물이 아닌 이미지 생성AI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다. 초상권과 저작권 제약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앵커·강사·쇼호스트·상담사·경찰관·소방관·승무원 스타일 등 의상을 제공한다. 손동작 등 AI 휴먼에 동작을 적용해 원하는 대로 편집 가능하다.

AI 휴먼 목소리는 음성합성 콘텐츠 제작 플랫폼 KT의 AI 보이스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100여 종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서비스 이용자는 AI 휴먼이 화남·슬픔·중립·침착함·즐거움 등 다섯 가지 감정으로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 등 5개 언어를 말하도록 만들 수 있다.

영상 화질은 최대 4K 초고화질(UHD)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PDF·PPT 형식의 파일 업로드 기능을 제공해 발표 자료나 문서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강의나 소개 등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 가입자 수와 영상 생성 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한 "별도 모델 섭외 없이 가상인간을 활용해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어 기업(B2B) 제휴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중 가상 인물을 토대로 만든 새로운 AI 모델을 추가하고 유료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SKT)은 지난달 22일 서울SK나이츠 홈 개막전에서 AI 가상인간 나수아가 경기장 디스플레이에 등장해 서울SK나이츠 치어리더팀과 함께 응원했다고 밝혔다. [사진=SKT]

SK텔레콤(SKT)은 가상인간 제작사 온마인드와 협업해 AI 휴먼 '나수아(SUA)'를 앞세운 AI 서비스 브랜드 에이닷(A.) 광고를 제작했다. 나수아는 지난 10월 서울 잠실에서 열린 농구 홈 개막전에서 서울SK나이츠팀 명예 치어리더로 나서 열띤 응원을 선보였다.

나수아는 앞선 올해 7월엔 SKT와 하나금융그룹이 공동 설립한 'AI 랩 포 스타트업스' 홍보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AI 랩 포 스타트업스는 SKT와 하나금융그룹이 유망한 AI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등 사업 협력을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온마인드는 AI 랩 관련 행사장은 물론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영상을 재생했다.

◆게임사가 개발한 AI 휴먼, 누구?

유튜브에 등장하는 가상인간은 게임업체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2019년 공개한 가상인간 '한유아'를 중심으로 방송·엔터테인먼트 등 분야 사업을 확장했다. 한유아는 지난해 음원을 발매하고 식품 광고 모델로 발탁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아티스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개발사 온파이어게임스는 '러브 딜리버리2' 게임에서 가상 유튜버 입 모양과 몸 움직임을 구현하는 방식과 동일한 '브이튜버 모드'로 새로운 방식의 실시간 2차원(2D) 연출로 몰임감과 생동감을 높였다. 그라비티는 최근 채용공고를 내고 가상 유튜버를 모집했다.
 
스마일게이트 '러브 딜리버리2' 사전 판매 관련 홍보 이미지[사진=스마일게이트]

메타버스 기업 컴투버스는 올해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알리는 방송에 가상인간 '이쥬짱'을 출연시켰다. 게임 버튜버(가상 유튜버)로 유명한 이쥬짱은 컴투버스에서 본인 트위치 폴로어들에게 컴투버스의 메타버스 세상을 소개하고, 컴투버스 곳곳을 탐험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쥬짱은 컴투버스에서 실제로 활동하게 될 아바타의 커스터마이징부터 접속한 모든 이용자가 모이는 광장 공간에서 오엑스(OX) 퀴즈, 미로 등 여러 요소를 즐기고 메타 커뮤니티 공간 스페이스도 소개했다. 구독자·이용자와 질의응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컴투버스 플랫폼에는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여러 이용자들이 OX 퀴즈, 자유발언대 등 광장 공간에 비치된 여러 기능을 활용해 밸런스 게임, 음악 방송 등 다양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에 활용 중이다. 이번 이쥬짱 방송에서 컴투버스의 여러 기능을 활용해 이용자와 함께 새로운 메타버스 세상에서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처는 전 세계 버튜버(가상+유튜버) 시장 규모가 2030년 1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컴투버스가 올해 8월 17일 오후 2시부터 가상 인플루언서 이쥬짱과 실시간 방송을 실시했다. [사진=컴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