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뛰어넘을 'K-반도체' 전략] ⑥"글로벌 반도체 공장 모셔라"···EU·日·印 등 대규모 '보조금 베팅'

2023-08-02 05:30
유럽연합 62조·영국 1.6조·일본 17조 등
막대한 인센티브 제시 공장 유치 사활
모디 印 총리 "공장 설립비 절반 부담"
인프라 부족에도 해외 기업들 끌어들여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대항전’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반도체 육성에 사활을 걸고 인센티브 경쟁을 벌이면서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에 이어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 다른 국가까지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번 반도체 전쟁에서 관건은 얼마나 더 많은 보조금으로 공장을 모셔 오느냐가 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중뿐만 아니라 각국은 반도체 인센티브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대규모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만들려는 정부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자국 기업 여부에 상관없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부 자금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EU는 미국에 이어 ‘유럽판 반도체법’을 발의했다. 2030년까지 총 430억 유로(약 62조원)에 달하는 공공·민간 자금을 동원한다. 지난달 말 반도체법을 최종 승인했으며 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발효될 예정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로 2배 늘리고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다.
 
영국 역시 보조금 경쟁에 가세했다. 향후 10년간 최대 10억 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당장에 최초 2억 파운드를 올해부터 2025년까지 보조금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적극적인 연대를 펼치고 있는 일본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꾸리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반도체 관련 지원 기금을 각각 7740억엔(약 7조4000억원), 1조3000억엔(약 9조9000억원) 등 총 2조740억엔(약 17조3000억원) 편성했다.
 
실제 각국이 내놓은 이러한 인센티브 유인책은 점차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도체 기업이 자국이 아닌 많은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지역을 기준으로 새 공장 부지를 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을 계획하기 전부터 정부·지자체와 인센티브 규모를 논의하며 최종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최근 인도마저 글로벌 ‘반도체 허브’를 구축하고자 적극적으로 보조금 협상에 나서며 속속 공장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벌써 마이크론, AMD,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폭스콘 등 다수 기업이 인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인프라 부족 등 단점에도 인도에 반도체 기업이 모여드는 이유 또한 인센티브에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모든 반도체 공장 설립 비용 중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공언했다. 예컨대 27억 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인 마이크론 후공정 현지 투자에 대해 인도 중앙정부가 투자금 중 절반인 13억4000만 달러, 해당 주정부가 투자금 중 20%인 5억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사실상 마이크론은 8억1000만 달러만 투자하는 구조로 지역적 단점을 상쇄시킨 것이다.
 
향후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이 결국 중장기적인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팹(공장)이 설립된 이후 공장 유치 경쟁에 따른 효과가 수년 내에 국가별로 상반되게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장비, 제조, 설계 등 여러 방면에서 상호 기술 협력이 필요한 반도체 특성상 생태계 자체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정부들이 반도체 인센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는 지금이 아닌 미래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한국도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