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적자늪 탈출구 보이는 반도체···"재고 정점 지나 4분기 흑자 전환"

2023-07-27 19:45
1·2분기 4조원대 영업손실 이어져…4분기엔 최대 7000억원 수준 흑자 전망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반도체 적자 수렁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분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시장의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관측에서다. 14년 만에 2개 분기 연속 4조원대 적자를 내면서 반도체의 반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며 향후 성장할 반도체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다시 한번 반도체 위기를 겪고 있다. 반도체(DS)부문은 지난 1분기 4조5800억원에 이어 2분기에도 4조3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4조원대 적자를 2분기 연속 기록했다.
 
과거 금융위기로 2008년 4분기(6900억원)와 2009년 1분기(7100억원)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건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 영업손실만 총 8조9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9조98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3, 4분기 삼성전자가 각각 영업이익 3조4305억원과 4조704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영업이익 6685억원에서 5~7배가량 늘어나는 수준이다.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는 이미 지난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진단이다. 이에 재고 조정을 끝낸 고객사의 메모리 주문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상반기 고객사들은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새로운 반도체 주문을 하지 않고, 기존 보유하던 재고를 우선 소진해 왔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을 통해 “상반기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를 위한 재고 조정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며 “다만 재고 조정이 상당 수준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재고 조정이 상대적으로 진전된 PC, 모바일 위주로 수요가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올해 4분기 DS부문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사이 메모리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며 증권가에서는 3분기 적자를 끝으로 4분기 4000억~7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메모리 반도체의 공식 감산 선언을 한 바 있다.
 
하반기 반도체 수요를 끌어 올릴 핵심 분야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성능 메모리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용 제품 수요가 하반기 대폭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 증설 투자를 통해 HBM 캐파(생산능력)를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으로 선점하며 본격적으로 대응한다. 이미 올해는 작년의 2배 수준인 10억기가바이트(GB) 이상의 고객 수요를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HBM 수요는 중장기 관점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CGR) 30% 중후반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와 내년 가파른 수요 성장이 기대되며 다음 세대인 HBM3P 제품을 24GB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