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비닐하우스…열악한 농촌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손본다

2023-07-26 12:00
고용부·산업인력공단, 고용허가 농업사업장 전수조사
4600곳 대상…내달까지 자진신고 후 9월부터 현장점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어업 사업장을 방문해 작업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올 3월 경기 포천시 돼지농가에서 일하던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외국인 노동자는 돈사에 붙어있는 샌드위치 패널에서 생활하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당국이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 전수조사에 나선다. 여전히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고용허가 농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전수조사를 벌인다고 2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전체 고용허가 농업 사업장 5600곳 중 앞서 지도점검을 한 1000곳을 제외한 4600곳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021년 1월 이후 지자체에서 축조신고필증을 교부받지 않은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제공하는 곳은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편법 운영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전수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2022년 11~12월 농축산업 사업장 200곳을 대상으로 주거실태 특별점검을 한 결과 고용허가 신청 때 제출한 숙소 유형이 아닌 조립식 패널·컨테이너 등을 숙소로 제공한 사업장을 41곳이나 적발했다.

이번 조사는 두 단계로 실시한다. 이날부터 8월까지 지침위반 숙소를 제공한 사업장에서 자진신고를 받는다. 주택 등을 숙소로 쓰거나 숙소를 미제공하는 조건으로 고용허가를 받은 뒤 조립식 패널·컨테이너 같은 불법 가설건축물을 제공하는 곳이 신고 대상이다. 다만 사업장건물이 건축물대장에서 '숙소 용도'로 표기된 경우 비숙련(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숙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어 9월부터 12월까지 전문조사기관에서 고용허가 농업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거주지 환경을 살핀다. 숙소 유형과 근로기준법상 기숙사 요건 충족 여부를 점검하고,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 애로사항도 들을 방침이다.

자진신고 기간에 우수기숙사 인증 신청도 함께 받는다. 우수기숙사는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고, 화재 예방시설과 부엌·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고용부는 불법 숙소 등을 스스로 신고한 사업장에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시정 기한을 줄 방침이다. 현장 의견은 농촌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박종필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올여름 폭우·산사태 등 자연재해로 주거환경 정비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 여건이 한층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수기숙사 제공 사업장에 대한 혜택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