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늘고, 한미 금리 격차 벌어지고…고심하는 한은
2023-07-23 16:06
긴축 기조에도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격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지는 등 통화당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후폭풍에 대한 우려로 한국은행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말 대비 3246억원 증가한 678조5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은행권 가계대출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이달에도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은 9389억원 증가한 512조3397억원, 신용대출 잔액은 4068억원 감소한 108조5221억원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통화당국이 오는 25~26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확률을 99.2%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5.25%로 한국 기준금리(3.50%)보다 1.75%포인트 높다. 이와 같은 역전 폭은 역대 최대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면 이 차이는 2%포인트로 벌어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가계부채 관련 발언에서 한 달 사이에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방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든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다.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지만 이달 13일에는 “여러 금융통화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며 “만약 급격하게 늘어나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 총재는 언제든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해 한은의 목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지만,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다시 3%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경계할 만한 수준이지만 국내 기준금리를 올릴 정도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통해 화폐가 경제에 유입되면서 물꼬를 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역전 현상도 통화당국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임에도 3개월간 환율이나 외화보유량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면서 외국에서 채권이 유입돼 오히려 환율이 내리는 현상이 발생한 점은 정책당국에 국내 기초체력의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