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151회 역사 디 오픈도 실수 나오긴 매한가지

2023-07-22 02:00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가 20일 영국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18번 홀 그린 옆 팟 벙커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 151회를 맞이한 가장 오래된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1)에서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 주관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650만 달러) 1라운드가 진행됐다.

1라운드에서 선수들은 벙커에 다리를 하나씩 걸쳤다. 다리를 걸칠 수 없으면 무릎을 꿇거나 무릎을 굽히거나 누워서 스윙을 했다. 영국 링크스 코스의 상징인 팟 벙커 이야기다. 작고 깊고 층층인 턱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날 벙커가 너무 말랐다는 점이다. 층층이 있던 벙커 턱에 공이 박히기 일쑤였다. 박히지 않은 공은 턱 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도저히 공을 날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결과 1라운드에서 많은 선수가 점수를 잃었다.

아일랜드의 셰인 라우리는 "다들 벙커에 빠진다. 벙커에 빠지면 샷 페널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욘 람은 "모든 벙커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R&A는 북미 외 지역의 골프 규칙을 관장한다. 그런 곳이 실수를 인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R&A는 이날 오전 코스 셋업 업데이트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에는 "벙커를 긁어내는 방식에 대한 조정 사항을 알려드린다. 1라운드 벙커는 최근 몇 주 동안 본 것보다 말랐다. 이에 따라 공이 박히거나 페이스 근처에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는 벙커를 조금씩 다르게 긁어모으고 모래를 뿌릴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벙커를 평평하게 깎지만 건조한 조건이라 변경했다. 남은 기간 계속 확인하겠다"고 적었다.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는 총 81개의 벙커가 있다. R&A는 1라운드 종료 후 늦은 밤까지 벙커를 수정했다.
 
스페인의 욘 람이 21일 영국 잉글랜드 호이레이크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갤러리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람은 기자회견장에서 답답함을 표현했다. 벙커 때문이 아니다. 미디어들의 동선 때문이다. 인증받은 일부 미디어는 디 오픈에서 암 밴드를 받는다. 암 밴드를 찬 미디어는 코스 가이드를 따라 로프(밧줄) 안쪽 팔 하나 거리에서 선수를 뒤따를 수 있다.

람은 이날 잉글랜드의 저스틴 로즈,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와 한 조로 플레이했다. 유럽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미디어들도 주목했다.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람보다는 매킬로이에게 집중됐다.

람은 "코스로 걸어가려는 데 너무 많은 사람이 가로막고 있어서 갈 수 없었다. 그때 난 18번 홀에서 불운을 겪었다. 그때 한 미디어가 붐 라이트를 내 엉덩이에 갖다 대며 매킬로이를 따라갔다. 일종의 무시를 당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R&A는 두 번째 성명을 발표했다. 두 번째 성명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목은 '밧줄 안 움직임'이다. 해당 성명에는 "선수들이 티잉 구역을 떠날 때까지 머물러야 한다. 만약 티잉 구역에서 그린까지 선수를 따를 경우에는 선수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대회장 내에서는 안전, 보안 등이 수시로 변경되고 있다. 어제 입장할 수 있던 곳은 오늘 입장할 수 없다. 담이 없던 곳에 담이 생기고, 담이 있던 곳에 담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