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전환사채 발행공시 의무화해야…발행한도 규제도 필요"

2023-07-20 15:21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 개최
상장협 "공시 부담 가중, CB 순기능 약화 우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전환사채 제도 개선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금융위원회]


전환사채(CB) 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발행 시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발행한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중소 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전환사채의 순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 시장 공정성·투명성 제고 세미나'에서 "전환사채는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우려가 존재한다"며 "콜옵션과 리픽싱 등 각종 조건들이 만기 전 취득해 헐값 재매각이나 현물 대용 납입, 투자조합 악용 등과 결합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사채란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전환사채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의 성격에 수익성이 높은 주식의 성격까지 가지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다.

김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전환사채와 관련된 공시 체계 자체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정보가 투자자에게 적시에 제공되고 투자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효용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연계채권 시장은 코스닥 소속기업의 비중이 높고, 대부분 사모방식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에 전환사채가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기존 주주의 보유지분이 희석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에선 콜옵션 대부분이 발행회사의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리픽싱에 대한 규제는 없으나 시장 관행상 리픽싱 조건을 부가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옵션 행사자 지정 및 발행회사의 만기 전 전환사채 취득시 공시의무 부과, 담보 약정 전환사채 발행시 공시 강화 등 전환사채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만기 전 취득한 사모 전환사채 재매각시 전환권 제한,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한도 및 총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내놨다.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은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자본총계의 20% 이내로 제한한다면 정상적인 회사는 오버행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상호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주주가치 희석은 물론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데 발행 한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총량 규제가 필요하다"며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는 적정한 제재 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시장 개선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일부의 문제를 일반화해서 전체를 규제한다는 건 전환사채의 순기능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전환사채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균형잡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