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녹색혁명] 정주영 회장이 일군 서산 간척지, 스마트팜 기업 첫 입주

2023-07-21 06:00
듀엘바이오 내달 착공식…배지·둥근표고버섯 등 생산
현대건설·SK 등 대기업 지원 사격…청년농 육성 모델 창출

7월 17일 듀엘바이오가 입주할 서산시 부석면 서산간척지 B지구에서 성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박기락 기자]
1980년대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성한 서산 간척지에 미래 농업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팜이 들어선다. 바다를 메운 땅에 벼를 심어 굶주림을 해소하려 했던 정주영 회장의 꿈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스마트팜 농업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바이오 농업기업 듀엘바이오의 'K-머쉬룸' 스마트팩토리가 입주할 서산시 부석면 서산간척지 B지구를 찾았다.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가운데 성토 작업이 한창이었다. 듀엘바이오는 서산 특구 북쪽에 91만8000㎡ 규모로 조성되는 첨단 농업바이오 융합단지의 첫 입주 기업으로 내달 착공식을 앞두고 있다. 

공사액만 약 1500억원 규모다. 내년 말이면 이곳 13만9000㎡ 부지에 버섯 배지를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와 버섯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이 들어서게 된다. 버섯 배지는 인공적인 조건에서 재배하는 버섯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주로 짚이나 톱밥으로 만든다.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우리가 먹는 식량만큼은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업의 필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인 식량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고령화, 낮은 생산성, 탄소 배출 등 우리 농업이 처한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과거의 농업이 개인 경험과 노하우에 의존했다면,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숙련도가 떨어지는 청년 농업인과 고령 농업인도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인프라 공유 등 집적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요하다. 

정주영 회장이 남긴 서산 간척지는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이 뜻을 모으며 미래 농업을 주도할 스마트팜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와 이완섭 서산시장은 청년 농업인 육성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충남도와 서산시·현대건설 등이 AB지구에 330만㎡ 규모의 스마트팜 영농단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김태흠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농정 핵심과제로 스마트팜 조성사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시에서도 1400억원의 예산 투입을 결정한 상태다. 

듀엘바이오는 이곳 스마트팜을 독자 개발한 '둥근 공모양 형태의 표고버섯' 재배 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버섯은 일반 표고버섯과 가격은 비슷하지만 약성이 3배 우수하고 보존 기간이 길어 유통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버섯 생산을 위한 배지를 서산 공장에서 먼저 생산해 스마트팜에 공급한다. 현재 버섯 생산용 배지의 70%는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듀엘바이오는 'K-머쉬룸' 스마트팩토리에서 내년부터 연간 2000만개의 배지를 생산, 이를 2025년 1억개까지 늘려 중국산 수입배지 대체율을 80~9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대기업들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성토 작업을 맡고 있는 현대건설은 듀엘바이오와 서산AB지구의 스마트팜 사업 부지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처음으로 입주가 확정된 듀엘바이오의 부지를 원가 이하로 공급했으며 이후에도 청년농 지원과 인프라 투자 등을 논의 중이다.

SK그룹은 스마트팜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로 했고, 스마트팜에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버섯 폐배지의 재활용 방안도 모색 중이다. 주로 나무 톱밥이 원료인 폐배지를 우드펠릿 또는 친환경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판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듀엘바이오 관계자는 "서산에 정착할 청년 농부가 주축이 된 스마트 농업은 정주영 회장의 간척지 개척 정신의 성과를 계승하는 미래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며 "농업 생산의 디지털 대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의 질적 농업을 통해 청년농 육성 사업의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