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따라 폴란드 찾는 K-배터리···유럽시장 주도권 다진다

2023-07-11 05:45
LG엔솔·SKIET·LS·엔켐 등 동행
유럽 중앙 입지·숙련인력 보유 장점
추가투자·광물협력 성과 나올 듯

국내 배터리 기업이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한다. 폴란드는 배터리 산업에서 유럽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거점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 및 핵심 광물 협력에 대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이 이번 순방의 핵심 키워드로 '공급망 협업'을 꼽은 만큼,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다변화도 기대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0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순방하는 가운데 폴란드 방문에는 기업인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폴란드는 유럽 중 우리나라 배터리 관련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셀) △SKIET(소재) △LS(부품) △엔켐(소재) △유진테크놀로지(장비) 등이 동행한다.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구광모 LG 회장이 유일하게 사절단에 포함됐다. 폴란드가 LG의 유럽 전기차 시장 진출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폴란드 생산액이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 기업이 폴란드를 찾는 배경에는 입지와 인력풀이 있다. 우선 폴란드는 7개국(독일·러시아·우크라이나·체코·슬로바키아·벨라루스·리투아니아)과 접해 있다. 특히 독일에는 주요 배터리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가 많다. 또 중국횡단철도(TCR) 관문이라 중국과도 쉽게 연결된다. 

젊고 숙련된 인력을 보유한 것도 큰 장점이다. 폴란드 인구 중 25%가 25세 미만이다. 매년 폴란드에선 공대생 6만명이 졸업하며 엔지니어 수급이 원활하다. SKIET는 공장 인력 470명 가운데 433명을 현지인으로 고용하고 있다. 

한국이 폴란드 산업에 기여하는 역할도 크다. 폴란드 대체연료협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폴란드 배터리 시장 규모는 2억1000만 유로(약 3001억원)에서 82억4000만 유로(약 12조원)로 38배가량 증가했다. 배터리 수출액이 폴란드 전체 수출액의 2.4%에 달할 정도다. 폴란드 내 배터리셀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과 듀라파워 정도다. 양사의 생산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30년 기준 연 115기가와트시(GWh)로 듀라파워(2GWh)의 50배가 넘는다. 

SKIET는 폴란드에 유럽 최초 전기차 분리막 공장을 지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과거 광업 도시였던 동브로바구르니차를 첨단 전기차 허브로 탈바꿈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SKIET는 총 2조2000억원의 현지 투자를 결정했다. 지금도 추가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구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인들은 이번 폴란드 방문을 통해 배터리 분야 사업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업체들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배터리사의 유럽 현지 생산 능력은 현재 16.5GWh에서 2025년 202.5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중국계 기업은 96GWh에서 264GWh로 뛸 것으로 추산된다. 배터리 업종 특성상 수율 확보를 위한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2년 내 수주경쟁의 결과가 5년 이후 시장 점유율을 좌우한다. 단기적인 자금 조달능력이 수주 경쟁의 성패를 가르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 배터리 소부장 업체에 필요한 공급망 확충과 관련한 협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6일 "이번 순방에서 현지 국가와의 핵심 광물, 소부장 등 첨단 산업 공급망 강화를 위한 협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그룹 회장이 올해 4월 17일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해 양극재 생산 핵심 공정 가운데 하나인 소성 공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