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개부르듯 불러"…직장인 3명 중 1명 괴롭힘 경험
2023-07-10 10:31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 "사장이 혀로 입천장소리를 내면서 개를 부르는 듯한 행동으로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회식 장소에서도 계속 바보라고 부르고, 손을 세게 비틀어 꽉 쥔다거나 과자를 억지로 입에 직접 넣어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먹기도 했습니다. 어깨나 등을 손으로 친다거나 장난으로 "죽여버릴까? 죽고 싶어?" 이런 말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이 2019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직장인 3명 중 1명은 일터에서 괴롭힘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년을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333명(33.3%)이 지난 1년간 직장 내부에서 괴롭힘을 경험했다.
직급이 낮고 근무시간이 길수록 괴롭힘 경험률이 높았다. 일반사원급은 34.7%가 괴롭힘을 경험한 반면 상위 관리자는 20.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52시간 초과 근무자의 괴롭힘 경험은 48.5%로 평균을 웃돌았다.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22.2%), 부당 지시(20.8%), 폭행·폭언(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순으로 많았다.
가해자에게 항의했다는 응답자는 4명 중 1명(23.7%)에 그쳤다. 회사나 노동조합에 신고(4.8%)하거나 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신고(2.4%)하는 사례도 많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9.5%)가 주로 꼽혔다. 22.2%는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실제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24명 중 17명(60.7%)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8명(28.6%)은 대기발령 등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밝혔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괴롭힘은 기대만큼 줄지 않고 일터 약자들은 더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쪽짜리 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5인 미만 사업장·원청 등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9∼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