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안정' 관리모드에...한국 대중정책 기류 바뀌나

2023-07-09 17:38
미·중, 중·일 잇단 대화 소통 강화
韓, 中과 대화채널 가동…'왕따' 신세 면해야
尹 대통령 '나토 회의' 참석...한·중 관계 시험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8일(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담 중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중 간 고위급 대화가 탄력을 받으면서 한·중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미·중 양국이 갈등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하자 일본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놓고 중국과 정치적 갈등을 빚는 가운데서도 최근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대규모 민간 경제계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찾아 리창 총리와 만나고 양국 간 경제 무역 교류를 강조한 것.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 베이징서 한·중 양국 고위 당국자가 잇달아 접촉한 것도 미·중, 중·일 관계와 보조를 맞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일본이 모두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에 나서는데 우리만 '탈중국'을 이야기하다가는 동아시아 왕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지정학적 풍향계를 보고 한국도 태세 전환이 필요한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부 차관급 회동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린 것은 결국 외교·안보와 경제 차원에서 대화 물꼬를 트려는 노력을 보인 것이라고 문 교수는 말했다. 

한셴둥 중국 정법대 교수도 "사실 그동안 중·한 양국 관계는 대화가 멈춘 상태였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옐런 장관이 잇달아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탈피를 강조한 만큼, 한국의 (탈중국화) 대중 정책 기조도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선 이번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나온다. 문일현 교수는 "이는 중국과 좀 더 협력하는 모드로 진전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회담 성과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한셴둥 교수도 "친강 외교부장이 취임한 후 처음 한국 외교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다만 한·중 관계 개선에 변수도 있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다. 오는 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관련해 어떤 입장문이 발표될지가 한·중 관계 개선의 첫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문 교수는 전망했다. 나토는 지난해 6월 스페인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한 바 있다. 

한 교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협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한 입장문을 발표한다면 한·중 관계에 미치는 타격은 비교적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